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였던 유영국 화백(1916~2002)은 한평생 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옮겼다. 왜 산을 줄기차게 그리느냐는 물음에 유 화백은 이렇게 답했다. “산에는 뭐든지 있다. 봉우리의 삼각형, 능선의 곡선, 원근의 단면, 다채로운 색….” 그가 표현하려던 것은 눈에 보이는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한국적 정서를 담은 아름다움의 원형(原形)이었다.
1972년 제작한 ‘작품’(사진)은 유 화백이 작품세계의 중요한 전환기에 그린 그림이다. 이전까지 비정형적인 형태를 주로 그리다 이 시기부터 산의 형세를 기하학적으로 단순화해 색면으로 만들고 빨강 파랑 초록 등 원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는 차가운 계열의 색채들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유 화백 특유의 보라, 초록 등 미묘한 변주가 탄탄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색채의 마술사’로도 불렸던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서 유 화백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과 따뜻한 계열의 색채로 그린 동명의 작품(1974년)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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