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인텔이 연이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투자 발표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기 매출에서 인텔을 제쳤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197억 달러(약 22조 7000억원)로 인텔의 전체 매출액 196억 달러(약 22조 5000억원)보다 많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매출에서 인텔을 이긴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약 3년 만이다.
펜트업 수요·반도체가격 인상이 실적 1등 공신
삼성전자를 1등으로 이끈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보복)소비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도체 가격이다. 코로나19로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가전 수요가 폭증했고 가전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도 늘었다.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기업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실제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컴퓨터 수출액은 14억 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액을 이끈 것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였다. 컴퓨터 수출액에 11억 달러 규모의 SSD 수출액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반도체 기업들은 기업용 SSD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개인 PC에 사용할 SSD도 판매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PC용 범용 D램의 7월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7.89% 오른 4달러10센트였다. 마지막으로 4달러를 넘었던 것은 2019년 4월(4달러)로 2년여 만에 다시 4달러대에 진입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 중이다. 메모리카드, USB용으로 쓰이는 128Gb 범용 제품의 7월 고정거래가격은 4달러81센트로 나타났다. 전달보다 가격이 5.48% 뛰었다. 2018년 9월(5달러7센트) 이후 가장 비싼 수준이다.
인텔, 파운드리에 공격적인 투자…삼성전자, 1등에도 못웃어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던 2017년과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이때를 제외하고는 인텔이 30년 가까이 반도체 매출 정상 자리를 지켜왔다.
어렵게 1위 자리를 탈환했음에도 삼성전자 내부에선 기쁨을 만끽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인텔이 무서운 기세로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취임한 인텔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겔싱어 CEO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기술 설명회에서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고 2025년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신설하기 위해 200억달러 이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겔싱어는 유럽에서도 파운드리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서 프랑드 독일 정상들과 최근 만나기도 했다.
3위 업체의 추격도 거세다. 파운드리 부문 1위이자 전체 반도체 기업 가운데 3위를 기록하고 있는 TSMC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 1280억달러를 설비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착공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WSJ는 인텔과 삼성전자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반도체 제조 시설을 만드는 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5세대(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의 제조 시장을 TSMC·삼성·인텔이 결국 나눠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