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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핏줄 터진 채 30점 꽂은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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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황제’ 김연경(33·사진)이 다시 한번 역사를 새로 썼다. ‘숙적’ 일본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올림픽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 리그 A조 4차전에서 일본을 3-2(25-19 19-25 25-22 15-25 16-14)로 이겼다.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2012년 런던올림픽을 떠올렸다고 한다. 김연경은 당시 한국 여자배구를 36년 만에 4강으로 이끌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첫 메달 획득을 노렸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져 무산됐다. 당시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던 김연경은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일본에 3-1 역전승을 이끌며 설욕했다.

5년 만에 또다시 돌아온 올림픽 한일전. 8강 진출을 확정짓는 경기라 더욱 놓칠 수 없었다. 이날 김연경은 30점 득점에 블로킹 3개까지 더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30득점 이상을 네 차례 올린 기록도 세웠다. 김연경은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2012년 런던 대회 세르비아전에서 34득점, 중국전에서 32득점, 2016년 리우 대회 일본전에서 31점을 기록했다.

TV 중계 화면에 잡힌 김연경의 허벅지에는 핏줄이 터진 흔적이 가득했다. 그래도 지친 후배들을 다독이고 날선 공격을 꽂아 넣으며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일본은 김연경을 집중 마크했다. 김연경은 64번이나 공을 때렸고 리시브도 40개나 받아냈다. 김연경이 막히자 박정아(28·15점), 양효진(32·12점), 김희진(30)이 나섰다. 이소영(27)도 3세트에서 잇따라 공격을 성공시키며 점수를 보탰다.

4세트에서는 내내 밀렸다.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서브 리시브도 흔들렸다. 10점 차로 4세트를 내주고 2-2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어진 운명의 5세트. 양효진과 김희진의 블로킹이 살아나면서 다시 분위기가 박빙으로 바뀌었다. 13-14에서 박정아가 공격을 성공시키며 승부는 듀스로 넘어갔다. 박정아는 상대 공격의 범실을 유도하는 영리한 플레이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이어진 수비에서 일본의 터치포인트를 만들어내 16-14로 승리했다.

8강이 확정된 순간, 선수들은 코트에 큰 원을 그린 채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기쁨을 만끽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8강 상대가 정해지면 그에 맞게 준비해 한 번 더 기적을 일으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를 마지막 올림픽 무대로 삼은 김연경의 ‘라스트댄스(last dance)’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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