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 일반 가구(2093만 가구) 중 1078만 가구(51.5%)는 아파트에 산다. 전년에 비해 37만 가구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단독주택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아파트가 상당 기간 한국의 주력 주거형태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아파트가 지닌 단점도 뚜렷하다. 여러 가구가 모여서 사는 곳인 만큼 하자·관리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일이 많이 생긴다. 이런 아파트 거주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집중 공략에 나선 곳이 법무법인 산하다.
산하는 건설 및 부동산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로펌이다. 오민석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사진)는 “자체 수익사업, 관리자들의 임금 분쟁, 보수 공사비용, 조경 관리를 위한 용역 발주 등 아파트에서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분쟁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단지 하나가 작은 기업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산하는 아파트 하자 소송과 관리 분쟁,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분쟁 등 전문적인 분야를 파고들어 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산하는 오피스텔·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데 주목해 ‘집합건물팀’을 별도로 출범시켰다. 새로운 주거형태에 맞춘 법률 서비스를 적용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오 대표는 “8월에는 등기팀이 출범할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뿐 아니라 기업의 부동산 개발, 금융 업무 등에도 필요한 서비스인 만큼 팀을 꾸려 전문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설·부동산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산하는 올해 종합로펌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오 대표는 “우리 로펌을 찾은 고객이 산하라는 울타리 안에서 머물렀으면 한다”며 “건설 외 다른 전문 팀을 구성해 산하에서 모든 법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부동산 외에 산하가 맡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상속이다. 상속 관련 서비스는 가사상속팀을 통해 제공한다. 오 대표는 “부동산·건설 분야 특성상 기업보다 일반인 고객이 많다”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담당하기 위해 기업팀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하는 고객 확장을 위해 ‘법률학교’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각 팀에서 ‘아파트 관리 법률학교’ ‘학부모 법률학교’ 등을 열어 일반인과 법률지식을 나누는 것이다. 오 대표는 “꼭 필요한 법률지식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수강생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법률학교를 열면 미래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며 “각 팀의 변호사들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공부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산하의 독특한 면은 주식회사 체제라는 점이다. 대부분 로펌이 회사 체제가 아니라 파트너십 체제라는 것과 비교된다. 그는 “파트너십의 한계는 같은 로펌 안에서도 변호사들끼리 사건을 다른 변호사에게 그냥 넘겨주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법률 서비스 이용 가격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산하 변호사들은 자기가 수임한 사건이라도 다른 팀이 더 잘할 수 있다면 흔쾌히 넘겨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소통·협업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게 산하의 성장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모델로 삼을 만한 회사 체제 로펌을 보지 못했다”며 “20위 이내로 성장해 다른 로펌들이 우리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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