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가 자산가 전용 문화 공간으로
‘슈퍼 리치’를 잡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VVIP’ 전용지점을 개설해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는 건 기본이고 유명 화가 전시회나 인문학 강연, 와인 시음회 등 각종 문화 행사를 열기도 한다. 다만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면 은행에 맡기는 금융자산이 30억~50억원은 넘어야 한다.지난달 문을 연 하나은행 클럽1한남PB센터는 한남동에 거주하는 연예인을 고객으로 대거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럽1은 하나금융의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로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크(PB), 하나금융투자 자산관리(WM)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VVIP 점포다. 법률·세무·부동산 전문가들이 센터에 상주해 시간이 부족한 ‘셀럽’들이 원스톱 상담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는 귀띔이다.
내부 공간은 ‘물속 리조트’란 콘셉트로 휴양지처럼 꾸며졌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VVIP를 위한 전용 출입구와 회원에게 24시간 개방되는 미팅룸도 마련했다. 유보영 하나은행 클럽1한남PB센터 지점장은 “클럽1 브랜드가 자산가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서울 종로와 마포, 인천, 경기 성남 분당은 물론 지방에서도 신규 고객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자산가 대상 지점인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TCE)’센터를 서울 소공로 본점 내 신설했다. 강남센터에 이은 TCE 2호점이다. TCE는 ‘두 개의 의자’에 고객과 1 대 1로 마주앉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정환 센터장은 “TCE 본점센터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본점 영업부와 밀착해 있는 고액자산가 전용 지점”이라며 “기업 오너들이 자산관리 상담 외에도 기업 투자 유치와 대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음회 대신 고객에게 ‘홈키트’ 보내기도
순익 1위 ‘리딩뱅크’ 경쟁자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11년부터 각각 ‘스타PB센터’ ‘프리빌리지센터’라는 VVIP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정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장(지역본부장)은 “초고액자산가 전용 점포는 세무, 부동산, 투자자문 등에서 사내 최고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배치하는 게 기본”이라며 “여기에다 어떤 경험을 소비자에게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경쟁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스타PB센터에서는 평소 회원 대상 클래식 소공연, 소규모 뮤지컬, 인문학 특강을 연다. 코로나19 상황에선 고객에게 ‘홈키트’를 보내고 있다. 복순도가와 제휴해 손막걸리를 빚거나 최근 핫하다는 한복 브랜드인 ‘단하’의 보자기 아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묶음 재료를 배송해준다. 고객이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교육 영상도 별도로 제작했다.
신한은행 프리빌리지센터 이용 기준은 ‘금융자산 50억원’으로 가장 높다. 회원 전용 멤버십을 활용하면 호텔과 리조트 숙박권을 받을 수 있다. 제철 과일 등 먹거리를 보내주거나 명문 골프장을 대신 예약해주기도 한다. 센터 내엔 PB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와 투자은행(IB) 기능을 합친 ‘VVVIP’ 대상 ‘PIB센터’가 별도로 있다. 기업 오너들이 주로 이용하는 PIB센터의 금융자산 기준은 ‘1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