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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선 '집 사라, 말라'는 장관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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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미국도 요즘 집값 때문에 난리다. “집값이 미쳤다”(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다.

주택시장 통계는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 부동산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5월 미국 집값은 1년 전보다 평균 16.6% 뛰었다. 1987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34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4월 14.6%였던 상승률이 더 가팔라졌다. 미국 20대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17%였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달 기존주택 매매가(중위가격 기준)가 평균 36만3300달러(약 4억1700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미국 집값 급등의 계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시장 상황 변화다. 미 정부와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돈풀기와 저금리 정책,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쾌적한 주택 수요 증가, 원자재 공급난이 맞물리면서 집값이 뛰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집값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무주택자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주택 매입이 어려워진 데다 임대료도 들썩이고 있어서다. 주거비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도 바이든 행정부의 걱정거리다.

그럼 바이든 행정부는 ‘미친 집값’을 잡기 위해 뭘 하고 있을까. 핵심은 공급 확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 계획’이란 인프라 투자 구상을 통해 8년간 저소득층·중산층용 주택 2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저소득층 주택을 짓는 건설업자와 저소득층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5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적정 가격대의 새 집을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간의 주택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살펴보고 있다. 지난달 ‘공급망 교란 태스크포스(대처팀)’를 꾸리면서다. 이 태스크포스는 주택 외에 반도체, 교통망, 농업 분야에서 공급망 교란 요인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태스크포스 멤버인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과 마르시아 퍼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은 지난 15일 목재회사, 노조 지도부, 부동산중개인협회 등 주택시장 관계자들과 만나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주택 공급 대책을 논의했다. 집값 대책으로 공급 확대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밖에 팬데믹 기간 임차료를 체납한 세입자의 강제 퇴거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에 대한 은행의 주택 압류도 제한했다. 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한 조치다.

바이든 행정부의 집값 대책 얘기를 꺼낸 건 한국 상황이 떠올라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공급 확대는 등한시한 채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췄다. 세금 인상과 대출 억제로 집값을 잡으려 했고, 관계부처 장관들은 국민들에게 ‘지금 집 사면 큰일 난다’는 메시지를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집값은 끝 모르게 상승했고 정부 말을 듣고 집을 팔거나 집을 사지 않은 사람들만 낭패를 봤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장담(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은 허언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관계부처 장관에 경찰청장까지 대동하고 나와 ‘집값 고점론’을 반복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주택을 살 때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하면 나중에 처분할 시점에 굉장히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지금 집값이 고점이라는 문재인 정부 장관들의 말이 언젠가는 들어맞을 수도 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 법이니 말이다. 중요한 건 ‘집 사라, 말라’고 훈수두는 게 장관들이 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일은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에게 맡겨둬도 충분하다.

장관들이 해야 할 일은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고,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사고싶어 하는 불안심리를 가라앉힐 수 있을 만큼 시장에 신뢰를 주는 대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국민에게 ‘지금 집 사라, 말라’고 말하는 미국 장관을 기자는 본 적이 없다.

hohoboy@hankyung.com
美 집값 변수는 Fed 긴축 시점
미국 집값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 중 하나는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시점이 꼽힌다. Fed 내에선 이미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조기에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Fed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도 “주택시장 과열을 고려할 때 MBS 매입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짝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Fed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 매달 미 국채 800억달러, MBS 400억달러어치를 매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아직 Fed 내에서 소수다. Fed는 지난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위원회는 작년 12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자산 매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며 금리 동결과 함께 자산 매입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회의에서 (경제의) 진전 정도를 계속 평가할 것”이라며 테이퍼링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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