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일정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여당 대표가 모더나·정부 간 비밀 유지 협약을 깨고 세부 백신 공급 일정을 유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백신 접종 차질을 우려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모더나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을 빚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난 27일 밤 정부가 모더나와 고위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며 “모더나 측은 다소 차질이 있었던 백신 공급을 다음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모더나는 이번주 공급 예정이었던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며 우리 정부에 일정 조정을 통보했다. 김 총리는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예방접종에 참여할 수 있도록 8월 접종계획을 구체화해 이번주 금요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총리는 모더나와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세부 공급 일정은 함구했다. 방역당국도 공급이 미뤄진 백신의 수량과 신규 도입 일정 등은 추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금세 수포로 돌아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원래 (모더나로부터) 25일 75만 회분(도스), 31일 121만 회분 등 196만 회분을 받기로 한 게 연기된 것”이라며 “어제 (양측이 회의를 통해) 다음주 130만~140만 회분을 받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8월에 850만 회분은 예정대로 들어온다고 한다”고도 했다.
비밀유지 조항을 깨게 된 정부는 즉각 유감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공급 일정과 세부적인 물량에 대해서는 후속 협의를 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다른 경로로 공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더나가) 페널티(처벌)로 공급 일정과 물량을 재조정할 수 있고, 공급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며 “공급을 중단해도 대금을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백신 가격과 세부 공급 일정, 면책조항 등은 모두 비공개 대상이다. 대부분 사항이 상호 합의한 범위에서만 공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섭/이선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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