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강적 독일을 물리치고 은메달을 확보해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오상욱(25) 구본길(32) 김정환(38)과 후보선수 김준호(27)로 이뤄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독일을 45-4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종목 로테이션 때문에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9년 만의 타이틀 방어까지 한 경기 만을 남겨두게 됐다.
앞서 한국 남자 펜싱은 사브르 개인전에서 세계 1위 오상욱이 8강, 구본길이 32강에서 탈락했다. 동메달을 획득한 김정환의 활약 덕분에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단체전에선 ‘최강’의 면모를 뽐내며 은메달을 확보했고 한국 선수단의 양궁 이외 첫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한국은 8강전에서 이집트를 45-39로 여유롭게 꺾었다. 이어 만난 독일은 녹록지 않은 상대였다. 한국은 1번으로 블레이드를 쥔 오상욱이 1라운드에서 베네딕트 바그너에게 밀려 4-5로 끌려갔다. 2라운드에선 구본길이 2점을 내는 동안 마튀아스 스차보에게 5점을 허락해 6-10까지 뒤졌다. 3라운드에선 공격을 시도하던 김정환이 넘어졌는데, 이를 독일의 막스 하르퉁이 조롱하듯 따라 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한국은 구본길이 4라운드에서 최근 맞대결 2연승을 거둔 상대인 바그너를 몰아붙여 9점을 뽑아냈고 20-18로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김정환이 이날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스차보에게 연달아 점수를 내줬고 29-30으로 재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양팀은 막판까지 안갯속 승부를 펼쳤다. 7라운드에서 6점을 뽑은 구본길이 다시 리드를 가져왔고, 8라운드에선 김정환이 5점을 더 내 먼저 40점을 채웠다. 40-37 상황에서 마지막 9라운드에 나선 오상욱은 40-40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이내 3점을 내리 뺏으며 승기를 잡았다. 여기에 스차보가 경기 막판 방어 과정에서 사타구니를 다쳐 후보선수 리하르트 휴베르스로 교체됐다. 오상욱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 45번째 포인트를 따낸 뒤 동료들과 함께 눈물을 쏟으며 기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