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 1위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크레타, 알카자르까지 인도 현지 전략 차종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일본 브랜드를 꺾고 인도 수입차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인도 진출 25주년을 맞아 신사옥도 지었다. 아울러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앰배서더'로 투입해 인도 시장 영향력 극대화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사옥을 준공한 현대차 인도 법인이 현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팔을 걷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BTS 등장 영상을 올리면서 눈길을 모았다. BTS의 인기를 앞세워 현지 시장 1위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영상은 BTS 멤버들이 등장해 현대차의 인도 시장 진출 25주년을 축하하는 내용. BTS는 현대차의 공식 홍보대사이자 최근 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룹 중 하나다. 특히 현지에선 BTS 멤버 중 정국의 인기가 유별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음원 사이트 '자오사븐'이 공식 트위터에 "정국 최애 계정(Jungkook Stan Account)"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는가 하면 정국은 현지 매체 '톱10 어바웃(Top10About)' 선정 '가장 성공하고 인기 있는 가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도는 최근 현대차가 공들이는 신흥국 시장이다. 2015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소형 해치백 i20 등을 시작으로 현지 전략 차종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인도의 소득 수준 증가와 함께 중형급 이상 차량 수요 증가를 반영해 최근에는 중형 SUV 알카자르로 라인업 다변화를 시도했다. 알카자르는 프리미엄 7인승 SUV다. 현지에서도 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모델 예약 비중이 30% 이상으로 프리미엄 SUV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공 들인 만큼 판매도 불티 난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인도 시장 점유율 24%로 자체 점유율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기아 판매량까지 합친 5월 점유율은 34.6%로 현지 업체 마루티스즈키(31.5%)를 처음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인도 진출 23년 만의 성과였다. 마루티스즈키는 일본 스즈키와 인도 국영기업 마루티가 1981년 설립한 합작사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인도 시장에서 27만704대를 팔아 마루티스즈키(73만6816대)에 이어 판매 2위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4만496대를 판매해 1위 마루티스즈키(12만4280대)의 뒤를 이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1위에 올랐다.
차종별로 보면 크레타가 인도 대표 '국민차'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 5월 말 기준 크레타는 마루티스즈키의 소형 SUV 브레자를 꺾고 현지 SUV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알카자르는 지난달 18일 출시 이후 30일 만에 1만1000여대 예약돼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첫 달에도 3103대 팔려 동급 경쟁 모델 MG 헥토르(3002대)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중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이번 신사옥 준공을 계기로 인도 현지 판매에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안정적 판매 기반이 구축된 만큼 현지 진출 25주년 기념 영상에 BTS를 내세우는 등 판매 상승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사옥 준공은 1996년 인도 법인을 설립한 지 무려 25년 만이다. 2018년 첫 삽을 뜬 이곳은 6층, 연면적 2만8000㎡ 규모로 지어졌다. 앞으로 약 340명이 신사옥에서 근무한다. 그간 다른 건물을 임차해 업무를 이어오던 현대차 인도 법인으로서는 한층 견고한 판매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김선섭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열린 사옥 준공식에서 "이 공간은 조직원의 새로운 재능을 육성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변화의 버팀목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뿐 아니라 최근 판매 강세를 보이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2000년대 초반 일본 도요타의 텃밭이었던 베트남 시장은 현대차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처음 도요타를 꺾은 뒤 올해 4~5월 연속 월간 판매량 기준으로 도요타를 또다시 제쳤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으로도 현대차(2만4420대)는 도요타(2만4112대)를 앞섰다. 기아 판매량(2만3440대)까지 합치면 도요타와의 격차는 약 2배 수준으로 벌어진 성적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