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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세계로 항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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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할 때 차에서 라디오를 듣곤 한다. 어느 날 팝송만 나오는 방송에서 귀에 익숙한 노래가 나와 계속 들어보니 BTS의 곡이었다. 한국 대중음악이 K팝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돼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는 문화예술 콘텐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565억달러, 2분기 기준으로는 31.7% 늘어난 295억달러를 기록했다. 반기 및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의 문을 두드려 이끌어낸 또 하나의 성과다.

현실적인 문제를 따져보면 내수시장을 넘어서는 게 간단치만은 않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는 것은 일차적인 문제이고 바이어 발굴, 시장조사, 물류 등 넘어야 할 산이 끝도 없다. 자본과 조직이 갖춰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 현장을 온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올해 실적이 일시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적 지원과 시스템이 중요하다.

필자가 2015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수석대표로 참여할 때였다. 우리 전략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수출 품목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작은 것부터 공략해야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300억달러 수준이던 양국 간 교역 규모를 2022년까지 700억달러로 높이겠다는 목표로 협상에 임했는데, 지난해 교역 규모는 목표치에 근접한 약 69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양국이 FTA 체결을 통해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한 덕분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이다. 중소기업의 수출길을 좀 더 쉽게 터주기 위한 지원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높아진 해상과 항공 화물 운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바닷길을 책임지는 국적 해운선사와 손을 잡고 해상화물 선적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하늘길을 맡고 있는 기관과 함께 중소기업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항공물류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외 플랫폼과 협업해 국내 유망 상품을 해외 플랫폼에 즉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위메프에서 인기 있는 중소기업 상품은 큐텐, 티몰글로벌 등 글로벌 플랫폼에 자동 연계돼 한 번의 등록으로 국내외 판매가 가능해졌다. 해외에서 바이어를 만나 판매하기는 쉽지 않은 요즘이기에 온라인으로 더 빠르게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여전하지만 주요국 경기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시야를 넓힌다면 새로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어 온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성장의 중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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