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인 이상 집회 금지’ 명령을 내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집회를 제한한 강원 원주시 행정 조치에 대해 “긴급구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집회 금지로 민주노총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 것을 원주시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민주노총이 원주시를 상대로 낸 긴급구제 신청을 임시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긴급구제는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계속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구제를 권고하는 조치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과 비슷하다.
이번 인권위 심의는 지난 23일 민주노총이 열려던 원주시 집회에서 비롯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자 원주시는 집회 전날인 22일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면서 집회·시위에는 4단계를 적용해 1인 집회만 허용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정 조치에도 민주노총 조합원 400여 명이 집회를 강행하기 위해 모였다. 경찰 제지로 집회가 결국 무산되자 민주노총은 1인 시위만 허용한 원주시 방침과 관련해 “평등권과 집회 자유를 침해한다”며 원주시장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긴급구제 조치는 생명권, 건강권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있는지 보고 판단한다”며 “이번 집회 금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황에서 집회·시위만 4단계를 적용해 2인 이상 집회를 금지한 조치에 대해서는 “기본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집회·시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라”고 원주시에 권고했다.
3단계에서는 50명이 넘으면 집회를 열 수 없지만, 4단계는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가 금지된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 집결 방식이 아니라 1인 시위 방식으로 건보공단 상담사의 직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전국 곳곳에서 열 계획이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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