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중국 간 관계가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향후 모든 전력 사업에서 중국 국영 원자력발전 기업인 중국광허그룹(CGN)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은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진입했다.
FT는 CGN이 프랑스 국유 원전업체 EDF와 함께 영국 동해안에서 추진하고 있는 두 프로젝트가 먼저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포크의 사이즈웰 C 원자로(C는 사이즈웰 원전의 3번째 원자로라는 의미)와 에섹스의 브래드웰 B 원자로다.
사이즈웰 C 프로젝트는 총 200억파운드(약 3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EDF가 80%, CGN이 20%씩 분담했다. 환경 평가 등을 마쳤으며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2019년 8월 미국이 CGN을 중국군 연관 기업으로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영국에서도 CGN을 통해 국가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정부는 CGN 지분 20%를 사들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브래드웰 B 원자로는 CGN이 66.5%, EDF가 33.5%를 투자한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화룽1 원전 기술을 투입할 예정이다. EDF와 CGN은 이 두 프로젝트와 별도로 현재 서부 서머셋에 힝클리포인트 C 원자로를 합작 건설하고 있다. 이 원전은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영국은 1995년 사이즈웰 B 원자로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해외 기술과 자본을 활용하는 민간 주도 원전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했다. EDF(지분율 67%)와 CGN(33%)이 짓고 있는 힝클리포인트 C 원자로가 그 첫 프로젝트다.
FT는 영국 정부가 CGN 배제에 나선 것이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코로나19 기원론 등으로 양국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5세대(5G) 이동통신에서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참여를 배제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중국 윙테크테크놀로지가 영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뉴포트웨이퍼팹(NWF)을 인수하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인수 경위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영국 퀸 엘리자베스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이 전날 남중국해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지난 5월 말 항모전단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출항시켰다. 퀸 엘리자베스호에는 F-35B 전투기가 배치돼 있다. 항모전단은 인도와 싱가포르에 기항한 뒤 남중국해를 거쳐 한국과 일본에 차례로 들를 예정이다. 영국은 또 이와 별도로 두 척의 군함을 아시아 지역에 상시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 외교부는 영국 항모전단의 아·태지역 출격에 대해 “역외국가들은 지역 국가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존중해야 하고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