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임단협에서 잠정 합의한 성과급과 격려금 규모가 7000억원입니다. 이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 세부 지원책을 본 완성차업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번 지원방안은 코로나19 이후 저탄소·디지털 경제로 산업 전환이 가속화함에 따라 기존 고탄소·노동집약 산업 분야 노동자들이 겪게 될 실직 등 고용 불안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부는 특히 사업 축소가 확정된 자동차산업의 지원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내연기관자동차 분야 대책에는 △2025년까지 10만 명에게 신산업 분야 훈련 시행 △직무전환 훈련 위해 장기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지급 △전직 준비하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부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지급 등의 방안이 담겨있다.
그러나 완성차 노사 모두 “정부 대책은 근로자 훈련이나 인센티브 제공에 치중돼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완성차협회 관계자는 “노동 전환의 알맹이가 신규 일자리 확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이 일자리 파이를 늘릴 생각을 하게 해줘야 한다”며 “각종 규제 완화와 제조업 파견 허용, 저성과자에 대한 통상 해고 확대 등 인력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재직자에게 장기 유급휴가 훈련을 부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면서 그 조건으로 휴가 기간에 ‘통상임금 이상’을 지급하라고 한다”며 “장기 휴가에 통상임금을 전부 지급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노동계 역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재직자 직무전환 훈련, 장기실업자 채용 기업에 대한 고용촉진장려금 지원 등은 모두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전제로 한 인센티브 정책”이라며 “(스스로 노력할) 여력이 없는 하청 부품사와 중소기업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성토했다. 금속노조는 또 “특정 지역(광주)에 대규모 경차 생산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기존 정부 계획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했다.
노사 양측의 비판을 종합하면 이번 정부 대책은 각 업계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신규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과 함께 막대한 국민 세금을 동원해 결국 ‘훈련받은 실업자’만 대거 양산해낼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 현장과 괴리된 보여주기식 대책은 아닌지 정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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