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연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함 2척을 상시 배치하기로 하면서 중국 군사 전문가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영국의 군함 파견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영미권의 정보 동맹이었던 '파이브 아이즈'가 군사 동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5개국으로 구성된 영미권 정보 동맹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강국 중 하나인 영국이 미국에 합류한 것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에 큰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다. 영국이 미국의 '항행의 자유'를 직접 지지하고 나선 만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제 중국 해군 전문가는 "(영국의 군함 배치는) 일본과의 공동 군사 작전을 통해 협력을 확장하려는 위험한 정치적 움직임"이라며 "정보 공유에 초점을 맞추던 파이브 아이즈의 역할이 군사 범위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영국은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군함 배치는 역내 영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일본 도쿄에서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 군함의 아시아 상시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월러스 장관은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이끄는 항모타격단의 일본 방문 후에 이 같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모타격단은 인도, 싱가포르에 기항한 뒤 남중국해와 한국, 일본 등을 거쳐갈 예정이다. 퀸 엘리자베스호에는 F-35B 전투기가 배치돼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오는 9월께 일본 요코스카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요코스카항에는 일본 해상 자위대 기지와 미국의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정박해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