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유럽연합(EU)이 진행 중인 역외 보조금 규제와 관련해 “한국 기업이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무협에 따르면 EU는 보조금 수혜를 입은 외국 기업의 유럽 진출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국내시장을 교란하는 역외 보조금에 관한 규정’초안을 발표했다. 오는 22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최종 승인 및 법안 발효를 계획하고 있다.
해당 법률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유럽시장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공공조달에 참여하려면 최근 3년간 자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내역을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EU 당국의 사전 허가도 받아야 한다. 만약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매출액의 1~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법률안에는 ‘직권조사’ 조항이 포함됐다. 인수·합병이나 정부 조달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조금에 따른 경쟁왜곡이 의심되면 EU 당국이 조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협은 유럽에 진출한 300여개 한국 기업을 대표해 입장문을 냈다. 무협 측은 “직권조사 규정이 조사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고 있어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기업에 실질적인 법적 위험과 행정적 부담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보조금 규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한국 기업이 선의의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며 “법안이 효과적이고, 달성하려는 목표와 부담의 비례성이 보장되도록 명확하고 투명한 임계값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