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올 2분기에 영업손실 8973억원이라는 충격적인 실적을 21일 발표했다. 올 하반기 조선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강재(후판) 가격의 대폭 인상이 예고되면서 이를 손실충당금으로 미리 반영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7973억원, 영업손실 8973억원을 냈다고 이날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1809억원) 이후 두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손실 규모도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 1300억원을 7배가량 웃도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조선업 불황이 한창이던 2015년 3분기 89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다.
매출은 선박 건조 물량 증가로 인해 3조79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지만 급격한 철강 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조선부문에서 896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先)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후판 가격을 t당 100만~115만원으로 예상하고 충당금을 설정했다”며 “예측 가능한 손실액을 보수적으로 반영하면서 일시적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 ‘빅3’는 주요 철강사와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철강사는 후판 공급 가격을 하반기부터 t당 115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반기 공급가 70만원보다 약 64% 높은 가격이다. 조선업계는 한국조선해양이 선제적인 후판 가격 인상분 반영을 통해 ‘빅배스’(잠재부실 손실 처리)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모든 예상 비용을 2분기에 미리 반영해 3분기 이후부터는 실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날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전날 대비 4.49% 급등한 12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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