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가 철회된 지 불과 1주일 새,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물건이 120%(74건→163건) 늘어나고 호가도 1억원가량 내렸다고 한다. 성산동 성산시영(20건→40건), 개포동 현대1차(22건→32건)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전세 물건도 크게 늘었다. 주택 투기를 막는다며 조합원의 분양권 취득 요건에 ‘실거주 2년’을 추가한 억지 규제(작년 6·17 대책)를 없애자, 매물 증가로 시장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금만 올려 세입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관련 법 개정 막판에 해당 규제를 백지화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여진이 만만찮다. 급하게 전세금을 구해 세입자를 내보낸 뒤 낡은 아파트를 수천만원씩 들여 수리하고 이사해온 집주인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실거주가 어려워 집을 팔아야 했던 사람들은 최근 집값 상승에 땅을 친다. 직접 입주하기 위해 임대등록을 취소하면서 관련 벌금만 수천만원 문 사람도 있다. “정부를 믿은 죄가 이리 큰가” “정부 때문에 도저히 인생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철회돼야 마땅한 억지·과잉 규제는 전·월세 시장에 특히 많다.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결과, 전세 씨가 마르고 지난주까지 107주 연속 전셋값이 오르게 만들었다. 충분한 임대 물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임대사업자 제도를 전격 폐지한 것도 화를 키웠다. 그런데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임대차법 시행 1년간)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57.2%에서 77.7%로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쁘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6.7% 급등했고, 계약을 갱신했더라도 2년 뒤 전셋값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은 애써 모른 체한다. 얼마나 더 많은 부작용이 확인돼야 이런 정부의 오만한 부동산 정책이 시정될 수 있을까 싶다.
지난 4년간 주택 및 전세시장의 복잡다단한 거래 관계를 깊이 분석하지 않고 주거약자를 위한다며 우격다짐으로 규제만 남발한 것이 어떻게 시장을 왜곡하고 민생에 해악을 끼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답도 이미 나와 있다. 임대차 3법의 무리한 규제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이름뿐인 분양가 상한제 규제, 신축 아파트 공급을 틀어막는 재건축 규제 등을 빨리 원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을 왜곡·교란한 주범이 다름 아닌 정부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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