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3분기부터 다소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만 TSMC 등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증산을 선언한 데다 완성차 업체들도 부품 설계 변경으로 기존 제품 사용량 축소에 나서면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 하반기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MCU는 기기를 제어하기 위해 사용되는 반도체로 자동차 한 대에만 200~300개가 들어간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부품이다. 전 세계 공급량의 약 70%를 TSMC가 생산하고 있다. MCU 주요 제조사인 NXP·르네사스·인피니언의 TSMC 위탁 생산 비중이 높다.
NXP, 인피니언 등 주요 공급 업체들의 공장 정상화도 공급난 해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NXP는 연초 텍사스 지역 한파로 지난 3월까지 멈췄던 미국 오스틴 공장을 4월부터 재가동했다. NXP는 한파로 웨이퍼 제조시설 2곳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클린룸 등 주요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사고 이전 가동률까지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려 지난달 말에야 정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곳에 공장을 운영하는 독일 인피니언 역시 한파와 정전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NXP와 인피니언은 오스틴 공장에서 각각 전체 반도체의 각각 10%와 6%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 르네사스 테크놀로지도 지난달 말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이바리키현 나카공장 화재 피해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MCU를 생산하는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내 공간 약 600㎡가량이 소실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르네사스는 이달 말에는 사고 이전 수준으로 가동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는 올 3분기를 기점으로 완화되기 시작할 전망"이라며 "공급부족 심화 상황에서 생산 준비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말 무렵에는 예상 밖의 높은 생산량이 도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자동차 업체들이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촉발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사태로 생산·재고를 크게 줄인 사이 반도체 회사들이 스마트폰·PC·서버 등 고수익 제품 대응에 집중하면서 수급에 불균형이 생긴 것이다. 재고를 안고 있는 '적시생산' 방식을 취하는 완성차 업체와 달리 '주문 후 생산' 방식인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공급량을 다시 빠르게 늘리기 어려웠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견디지 못한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제품 설계 변경을 통해 반도체 사용량 축소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공급 부족을 완화시킬 수 있다. 설계 변경을 통해 아예 공급이 부족한 MCU 탑재량을 줄인다는 얘기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심한 55nm 이상 공정을 사용하는 MCU 여러 제품을 통합해 20nm 이하 공정을 이용하는 DCU(Domain Control Unit)로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재고를 늘린 자동차 반도체 유통사들이 보유한 재고가 향후 시장에 다량 출회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