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의 중개업 진출에 대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반발이 거셉니다. 대기업의 횡포이자 소상공인 말살 행위로 규정된 겁니다.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관련 포스터와 안내문도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갈등이 심각한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프롭테크라고 불리는 'PropTech(Property +Technology)'가 신산업으로 국내에 정착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입장에서는 '밥줄'의 문제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산업 진출'의 차원입니다. 사업을 확장한다는 의미가 '밥줄 끊긴다'로 해석되면서 단체행동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전에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다윈중개에 대해 사업 명칭에서 '중개'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반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사명칭 사용,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불공정 영업행위와 불법광고 표시행위 등의 행위를 저질러 부동산거래질서를 교란했다는 겁니다.
2019년 5월 부동산중개 플랫폼 ‘집토스’를 상대로 위장단속을 벌인 혐의를 받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前)관계자들이 벌금형 ‘유죄’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집토스는 기업형부동산중개업을 목표로, 집주인에게만 중개수수료를 청구하는 벤처입니다. 2016년 창업했습니다. 최근 반값 중개수수료로 유명세를 탄 우대빵부동산중개법인에 대한 강서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벤처들이 많이 생기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부동산 정보를 가공해 유통시키는 데에만 치중됐습니다. 실제 거래단계를 혁신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벤처기업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단체와 새로운 산업·방식을 도입하려는 기업 사이에서 수년째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까요? 미국 NAR(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이나 영국의 NAEA(영국부동산중개인협회)의 경우 신산업을 막거나 규제를 주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산업은 전체 경제의 15%를 차지한다고 불릴만큼 제법 큰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광고비 지출은 125억 달러(약 14조원)가 넘고 관련 직업을 가진 일자리는 250만 개나 됩니다.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에서 1조 달러(약 1141조)가 넘는 거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택 및 가사서비스(home and housing service)가 추가로 1조 달러를 차지합니다. 137만 명 이상의 공인중개사, 10만 개의 사무소, 1200만명의 부동산 수요자 사이에서 450억 달러(약 51조원)가 넘는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미국에는 우리의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유사한 조직인 미국 NAR(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가 있습니다. NAR은 2013년부터 REACH라는 초기 단계 벤처 지원과 육성 회사를 만들어 프롭테크(PropTech) 회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62개 회사가 이 프로그램을 완료했습니다. REACH는 Second Century Ventures(SCV)라는 부동산에 집중된 벤처캐피탈회사의 자회사로 SCV는 NAR이 출자했습니다. REACH는 전 세계 85개국에 100개의 협력 계열사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Estate Agents)는 미국의 REACH 프로그램을 가져와 미국의 NAR와 전략적 파트너십(REACH-UK)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영국 부동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혁신을 추구하는 부동산 기술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관련 오픈 행사와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소식입니다.
한국의 현실은 이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입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의 자료(2021 PropTech List Book)에 의하면 261개 회원사 중 부동산정보를 제공하는 프롭테크 마케팅 솔루션(Property Marketing Solution)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부동산 산업에서 거래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5조원대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모순적입니다.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국민들은 '부동산 거래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불만은 물론 개선할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현재의 부동산 거래형태는 전 근대적이라는 꼬집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투명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자료까지 나옵니다. 영국의 종합부동산회사인 JLL에 의하면 국내 글로벌부동산투명도지수(Global Real Estate Transparency Index, 2020)는 2.57로 말레이시아(2.56) 보다도 낮은 30위에 불과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때가 아닙니다. 이용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한 단계라도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 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