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원정 유흥 급증
의료계는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8일 269명이었던 비수도권 확진자 수가 1주일 만에 300~400명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날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25%로 8일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비수도권 하루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선 건 작년 3월 신천지 대구교회발(發) 집단감염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여행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호소가 먹히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 단위 이동이 늘면서 비수도권 확산세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이달 1~15일 국내선 이용객은 96만4000명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늘어난 수치다.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겼던 지난 6일 이후에도 공항 이용객은 줄지 않았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비수도권 내 이동량도 늘었다. 13일 휴대폰 이동량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비수도권 주민 이동량은 1510만 건으로 1주일 전인 6일보다 9.0%(125만 건) 확대됐다. 그러다 보니 관광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부산의 최근 1주일(9~15일) 확진자는 389명으로 그 전 1주일(2~8일) 268명보다 121명 증가했다. 특히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을 중심으로 20~30대 확진자가 급증했다. 부산시는 유흥시설·노래연습장을 19일부터 전면 영업금지 조치하기로 했다. 제주에선 이달 들어 유흥주점 관련 확진자가 60명이나 나왔다. 제주도는 지난 15일부터 유흥시설·노래연습장 영업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핀셋 방역 실패
전문가들은 ‘핀셋 방역’을 앞세워 지역별 거리두기 단계를 차등 적용했지만 결국 ‘패착’이 됐다고 지적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수도권 규제가 지속되다 보니 규제를 피해 지방을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늘었다”며 “비수도권으로의 이동을 제한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사전에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도시와 관광지는 최소 3단계를 적용하고 유흥시설 집합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 4단계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정부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요청은 대다수 지자체가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7개월 만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전국에 시행되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즉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했다. 여행객 방문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제주도는 19일부터 거리두기를 현재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사적 모임 허용인원은 6명에서 4명으로 축소한다. 백신 접종자 역시 모임 인원에 포함한다. 경남, 강원 강릉도 17일부터 사적 모임인원을 4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 지자체와 협의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실시 여부를 18일 발표한다.
관건은 지역 자영업자다. 사적 모임 인원제한 규제가 더해지면 장사가 안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체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카페·음식점·PC방 등 22개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집회를 열고 “백화점 등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을 자영업자 영업 제한조치로 해결하려 한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자영업자만 통제하는 정부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장현주/이선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