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오는 20일 '신라면 볶음면'을 국내에 출시합니다. 신라면 볶음면은 말 그대로 국물이 없는 볶음라면입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비슷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신라면 볶음면은 1986년 처음 선보인 신라면 브랜드의 네 번째 제품입니다. 농심은 2011년 '신라면 블랙'과 2019년 '신라면 건면'을 내놓았지만 모두 신라면을 기본으로 한 국물라면이었습니다. 볶음면은 첫 시도입니다.
신라면 브랜드를 단 볶음면 출시는 농심에게 큰 도전입니다. 신라면은 농심의 얼굴과도 같은 브랜드입니다. 시장에서 신라면 브랜드를 단 신제품의 실패는 곧 농심의 실패로 여겨집니다.
게다가 볶음면 시장에서의 성공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국내 볶음면 시장은 앞에서 잠깐 언급한 불닭볶음면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독보적인 1위 제품이 있는 시장은 신제품이 파고들기가 어렵습니다. 1위 제품이 소비자들의 입맛의 기준점이 돼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제품을 내놔도 "불닭볶음면보다 덜 맵네" "불닭볶음면보다 더 자극적이네"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입니다. 신제품은 불닭볶음면이라는 정해진 답과 싸워야 합니다.
그럼에도 농심이 신라면 브랜드를 달고 볶음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지난 1일 농심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신동원 회장의 취임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고객에게 더 큰 만족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제품들로 라면의 가치를 레벨업하는 것이 지상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농심은 '고객이 즐거울 수 있는 제품'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볶음면이라고 판단해 어렵지만 도전의 길을 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농심에는 오래 전부터 볶음면 형태의 신라면을 출시해달라는 소비자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짜파구리'가 소개된 뒤 해외에서도 국물 없는 라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에선 신라면 볶음면을 단순히 하나의 신제품을 넘어 '신동원호(號) 농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의 농심은 56년의 역사를 '지키는' 기업이었다면 앞으로의 농심은 '도전하는' 기업이 될 것 같습니다.
신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농심도 1965년에는 스타트업이었다"며 "임직원 모두가 젊은 피가 돼 스타트업처럼 활발하게 성장해 나가자"는 당부도 남겼습니다. '스타트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농심이 신라면 볶음면에 이어 어떤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을 지 기대해도 좋은 것 같습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