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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코노미] 인공지능은 얼마나 현실화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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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곧 등장한다는 전망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2016년 퀴즈쇼 에서 우승한 IBM의 인공지능(AI) 시스템 왓슨이 인간 의사들이 놓치기 쉬운 문제를 해결하는 의료 혁명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비슷하다.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AI 과학자 제프리 힌턴은 방사선과 전문의 교육을 중단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표현했다.
과장된 인공지능 능력
하지만 수많은 AI 프로젝트 가운데 오늘날 실현된 것은 없다. 현재까지 개발된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에서만 제한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지만 운전석에는 여전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간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자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AI를 완전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수백~수천㎞를 안전하게 주행했던 미국의 한 테슬라 소유주는 결국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견인 트레일러 밑으로 들어가는 본인의 반(半)자율주행차를 막지 못했다. IBM의 왓슨 역시 마찬가지다. 희귀 질환 진단에 왓슨을 활용했던 마르부르크 희귀·미진단질환센터는 프로젝트 시작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류 판정을 받았다.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의 저자이자 AI 연구 최전선에 있는 뉴욕대의 게리 마커스와 어니스트 데이비스 교수는 많은 경우 AI의 발전이 과대평가됐다고 이야기한다. 약간의 진보를 마치 패러다임의 대전환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리바바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들이 만든 알고리즘의 독해 능력이 이전 기록인 82.13%에서 82.65%로 증가된 사례를 두고 사람처럼 서류를 읽고 문제에 답할 수 있는 AI를 만들었다고 표현한다. 페이스북 역시 간단한 이야기를 읽고 이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검증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언론은 지능이 한층 높은 로봇 설계의 비밀을 찾아낸 듯 보도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실제로 읽은 글은 고작 다섯 줄이었다. 게다가 질문 역시 모두 문장에 그대로 나와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맥락을 고려한 질문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중은 이런 과장 덕분에 AI가 실제로 완성형에 가까워졌다고 믿기 시작했다.
제한적 AI와 유연한 AI
AI의 발전을 세상에 알린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인간 최고의 바둑기사를 꺾은 알파고였다. 이를 계기로 딥러닝이라는 알고리즘 분석 기술이 유명해졌다. 실제 지난 몇 년간 AI가 이룬 거의 모든 진보의 중심에는 딥러닝이 있었다. 빅데이터, 딥러닝, 빠른 하드웨어가 오늘날 AI 발전의 핵심 요소다. AI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됐고, AI 개발은 산업을 넘어 국가적 아젠다로 발전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AI의 경제적 영향은 총 13조달러에 육박한다. 19세기 증기기관의 등장과 맞먹는 영향력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전히 인간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가장 진전된 자율주행 기술은 날씨가 좋은 고속도로에서는 상당히 믿을 만하지만, 뉴욕 한복판이나 인도 뭄바이의 비 오는 거리에서 사용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AI가 직면한 상황이 이전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한 과제를 수행할 때만 인간보다 낫다. 바둑은 엄청난 연산을 요하지만 그 규칙은 2500년간 바뀌지 않았다.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격자와 흰 돌, 검은 돌을 고정된 규칙 내에서 다루다 보니 당연히 많은 가능성을 빠르게 학습하고 처리하는 기계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리 큰 규모의 빅데이터도 일상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고정된 규칙이 없고,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딥러닝을 통해 지난 모든 역사를 학습시켜도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AI에 대한 현실적 이해가 필요
오늘날 AI 개발이 일반 지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즉, 엄청난 양의 관련 데이터에 담긴 구체적인 상황만이 아니라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과 변형된 상황들은 다루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근본적으로 바둑처럼 닫힌 세상이 아닌 열린 세상이므로 다양한 주체와 상황과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AI가 실시간으로 이런 상호작용의 결과를 추론해 내지 못한다면 디지털 서번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날의 AI에 의한 일자리 문제, 사회 구조의 변화 문제 역시 어쩌면 과장된 AI가 빚어낸 지나친 우려일지 모른다. 관련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정책 결정자들이 현실성 높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의 현실적인 상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AI를 둘러싼 많은 대중적 논의가 상상 속의 AI가 가진 장점에만 매몰된 공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김동영 KDI 전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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