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9월 정기국회 전까지 통과시키는 목표를 세우고 밀어붙이고 있다. 그제 당·정·청 입법추진단 회의까지 열어 이런 ‘결의’를 한 걸 보면 거대 여당의 완력으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소위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은 이 법은 19·20대 국회 때도 발의됐지만, ‘사회주의경제법’이란 거센 비판에 폐기됐다가 21대 국회에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5건의 사회적 경제 법안은 이전보다 지원 강도를 한층 높였다.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명분 삼았지만 문제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국민의 권리와 의무’라는 조항에 사회적 경제 조직이 만든 제품에 대해 ‘모든 국민은 윤리적인 소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비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구매하는 시장의 기본원리에 반하고, ‘국민 의무’로 규정한 것 자체가 황당하다. 헌법의 소비자주권과도 충돌한다. ‘윤리적 소비’라는 모호한 표현도 어이없다. 개발독재 시절 국민교육헌장도 아니고, 무슨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일반 기업이 만든 제품을 시장에서 사면 비(非)윤리적 소비란 말인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물품 구매액의 5~10%를 사회적 경제 조직의 제품 구매에 쓰도록 한 것도 문제다. 전체의 10%라면 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사회적 경제 조직 한 곳당 종업원 수가 10명 안팎에 불과하고 절반가량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판에 이 정도 규모의 물품 공급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세제, 시설비, 판로 지원까지 법에 명시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역차별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 경제 조직이 우후죽순 만들어져 2만7000개(2019년)에 달하는 마당이다. 이 법이 강행되면 좀비기업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무늬만 사회적 경제’를 내건 부실 업체를 양산할 수도 있다. 이 법이 내년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한 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민간 기금을 설치해 운영토록 한 것은 또 다른 독소조항이다. 대기업에 지원금 요청을 강제하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준조세나 다름없다.
취약계층 지원이란 명분이 아무리 타당하다 해도 온갖 부작용을 잉태할 사회적경제기본법을 그대로 추진해선 안 된다. 헌법의 기본가치인 자유시장경제의 근간까지 훼손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회적 경제는 어디까지나 자유시장의 보완재에 머물러야지 결코 대체재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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