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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프리즘] 경제를 당위로 풀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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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의 오류를 경계할 것.”

현장 기자들이 머릿속에 넣어두는 제1 원칙이다. 오보와 특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기자들이 “취재원이 확신을 갖고 한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면…”이라는 의심을 하는 이유다. 기자가 취재원의 오류에 빠지는 순간 특종은 오보가 된다. 의도를 갖고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 그림보다 단편적 팩트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내부자’가 아닌 기자들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어렵게 취재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결정적인 정황이 드러나도 오리발을 내밀거나 공식 확인을 거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취재원이 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자들은 회의(懷疑)적인 태도를 갖도록 교육받는다. 취재원의 확실성을 의심하고 결정적 근거가 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언론사 내부도 취재원의 오류를 검증하는 ‘팩트 체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자들이 취재원을 과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보가 불러올 사회적 파장과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좋은 기사가 되기 위해선 △3가지 이상의 팩트 △2명 이상의 전문가 인용 △반대 시각에서 본 평가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책실패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정부가 자기 확신이나 오류에 빠진다면 대참사가 벌어진다. 오보 수준을 넘어서는 사회적 혼란과 피해로 이어진다. 이번 정부 들어 20여 차례 뜯어고치기를 반복한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수반되는 사회간접시설의 경우 반드시 거치도록 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유명무실화된 것 역시 정책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그 뒷감당은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정부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자와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자기 과신이다. 압도적인 정보와 독점적 정책 수립 기능, 예산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 수단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것 자체가 오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렇게 나온 정책이 시장의 수용범위를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 목표와는 180도 다른 ‘부동산 광풍’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주회사 제도를 금지했다가 다시 ‘착한 지배구조’라고 장려한 뒤 또다시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으로선 “도대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말이 달라지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한다는 말인가”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경제계 고위 인사는 “기업이 모든 규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락가락 규제로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는 점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책은 이뿐만 아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임대사업자에게 온갖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서 등록을 부추기다가 1년도 안 돼 세제 혜택을 줄이고,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면서 주택 임대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이후 5년간 한국의 경제정책 불안정성이 주요 20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독일, 일본 등 경쟁국은 물론 중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계와 기업이 정책을 믿지 못하면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주가에도 부정적이다. 경제성장률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는 당위가 아니다. 경제주체들과 협의 없이 법을 만든 뒤 “착한 사용자, 착한 임대인이 되려면 지키라”는 식의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류에 빠진 정부가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결정을 뒤집는 ‘양치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순간 경제는 ‘아노미’ 상태에 빠지고 위기를 증폭시킨다. 개입과 규제보다는 정책 시스템의 오류를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때가 늦었지만 다음 정부에서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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