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7월 여름철 강세장이 나타나는 것을 두고 나온 표현이다. 펀드매니저들이 여름휴가를 앞두고 미리 하반기 투자할 종목을 사놓고 떠나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장기간 떠나는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주기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작은 규칙의 실마리라도 찾기를 원한다. 주식시장의 계절적 효과에 주목하는 이유다. ‘1월 효과’ ‘서머랠리’ ‘산타랠리’ 등이 대표적이다.
통계로 증명된 서머랠리
미국 시장에서 증명된 계절 효과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6~7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우려에도 코스피지수가 3200~3300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에 의뢰해 주식시장에 실제 계절성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했다. 2010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약 10년6개월간 매월 상승 종목 수의 평균치를 계산했다. 1월 상승 종목 수의 평균을 100으로 환산해 월별 수치를 비교했다.
서머랠리는 통계적으로 증명됐다. 1년 중 상승 종목 수가 가장 많은 달이 7월(107.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높은 시기는 4월(106.7)이었다. 4월과 7월은 각각 1분기와 2분기 실적이 나오는 시기로 실적 시즌이기도 하다.
대형주일수록 계절적 효과가 크고, 소형주일수록 효과가 작게 나타나기도 했다. 코스피200 종목의 7월 상승 종목 수 평균 지수는 109.9인 반면 코스닥시장의 경우 103.3에 불과했다.
상승 종목 수가 평균적으로 가장 적었던 달은 2월, 5월, 9월, 10월이었다. “5월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2월이 가장 적어 보이지만 거래 일수를 고려하면 9~10월이 가장 상승 종목 수가 적은 달이다. 11~12월은 배당 막차에 탑승하려는 투자자 덕분에 상승 종목 수가 다시 늘어난다.
9월은 투자자에게 ‘공포의 달’
미국 S&P500이 평균적으로 손실을 낸 달은 2월과 5월, 9월로 코스피지수에서 상승 종목 수가 가장 적은 달과 겹친다. 그중에서도 9월은 ‘공포의 달’이다. 1930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약 90년간 S&P500지수의 월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9월 평균 수익률이 -1.02%로 가장 낮았다. 역대 9월 중 최대 수익을 기록한 해에도 수익률이 14.4%에 불과했고, 최악의 손실을 낸 해에는 -29.9%까지 떨어졌다. 반면 7월 평균 수익률은 1.54%로 가장 높았다. 최대 수익을 거둔 해에는 35.1%, 최대 손실을 기록한 해에도 -11.5% 손실에 불과했다.펀드매니저나 투자자가 휴가를 다녀와 가을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손실이 난 종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수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펀드는 회계연도가 9월 말에 끝나는 만큼 9월에 손실을 확정해 수익률을 보정해야 납부할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은 미국 시장에 동조화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9월 미국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통계, 매도 시점도 맞힐까
통계를 믿는다면 7~8월 서머랠리를 즐기다 9월 이전에 주식을 파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계절성에 의존한 투자가 아니더라도 투자 전략가들 사이에선 ‘가을 조정설’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가시화하는 10월쯤 경기선행지수가 꺾일 수 있다”며 그 전에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을 추천했다.지수 고점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6월 상승 종목 수를 분석한 결과 소형주 위주의 코스닥시장은 1월 대비 상승 종목 수가 118%에 달한 반면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200은 1월 대비 108%에 그쳤다. 정치 테마주나 밈 주식, 동전주 등 중소형주가 랠리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형주지수와 소형주지수는 지난 6일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주지수의 장중 최고치는 지난 1월에 머물러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장은 “9~10월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공통적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확률이 높다”며 “지금의 서머랠리를 즐기다 9~10월 하락장 전에 주식 비중을 줄임으로써 변동성을 피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