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스타트업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는 게 주요 업무였어요. 지금은 그럴 시간이 부족합니다. 새로운 규제를 담은 법안을 막기에도 벅찹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의 토로다. 정부와 정치권이 스타트업 등을 포함한 정보기술(IT)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사회 기여도는 모두 사라지고 어느 날 갑자기 공공의 적이 된 듯한 느낌”이라며 허탈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법안은 말 그대로 ‘경쟁’이라 해도 될 만큼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이른바 ‘플랫폼 수수료 갑질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등 IT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서비스 요금과 수수료를 규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도 규제 대상이다. 같은 당 이동주 의원도 온라인 플랫폼 업체를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통해 신선식품, 과일, 생필품 등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만들어 올초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닮은꼴 규제가 또 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법안이 다섯 개나 더 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도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위에 규제 권한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정치권의 도움을 받은 법안이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올 2월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가 골자다.
법안이 늘어가는 동안 플랫폼 업계의 한숨도 깊어진다. “정부 부처가 서로 관련 규제를 어떻게 하면 강화할 수 있을지 골몰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옥죄기 오디션이라도 하는 것처럼요.”
모든 규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전기통신사업법), 방통위(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공정위(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중소벤처기업부(대·중소기업 상생법)의 실태조사 대상에 모두 오른다. 현실이 된다면 업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수 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지금도 IT 플랫폼 기업이 직면한 규제만 3000개가 넘는다”며 “기존의 규제로도 정부와 정치권이 외치는 공정한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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