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가 공공주택 자산을 실제의 17% 수준으로 저평가해 공공사업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3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1991년 이후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의 취득가액과 장부가액, 공시가격, 시세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SH공사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SH 자산 현황’ 자료를 기반으로 SH공사의 공공주택 약 13만1000가구 중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다가구 주택 등을 제외한 아파트 약 9만9000가구를 분석했다. 국민은행, 다음 부동산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공사가 1991년 이후 보유한 공공주택의 시세 총합은 74조1298억원으로 장부가 총 12조7752억원의 여섯 배에 달했다. 장부가는 3.3㎡당 625만원, 가구당 1억3000만원이다.
그런데 경실련이 205개 SH공사 공공주택 단지 및 인근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결과 이들 단지의 올해 3월 말 기준 시세는 3.3㎡당 3625만원, 가구당 7억4000만원이었다. 경실련은 “단지별로는 1992년 공급한 수서1단지 시세가 총 2조7310억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부가는 2960억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SH공사가 보유한 토지 시세는 총 68조1909억원으로 취득가(6조8431억원)의 10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1992년 공급된 대치1단지는 142억원에 취득했지만 현재 시세는 1조5494억원으로 109배가 됐다. “토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자산가치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SH공사는 공공주택의 장부가를 축소해 부채 비율이 높은 것처럼 서울 시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땅 장사’ ‘바가지 분양’을 고수하기 위해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라고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SH공사는 설명자료를 통해 “경실련 주장대로 공공주택을 시세에 맞춰 평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재평가로 증가한 금액은 당기손익 증가 등 영업 수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