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그 곡과 같은 제목으로 소설을 썼다. 체코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는 이 곡을 현악4중주로 변주했고, 프랑스 화가 르네 프랑수아 자비에 프리네는 선율을 듣고 영감을 얻어 유화를 그렸다. 예술가들을 홀린 작품은 바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크로이처 소나타)’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4·사진 왼쪽)과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이 이 작품을 포함해 베토벤이 남긴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 연주에 도전한다. 다음달 22일 강원 평창 계촌마을 음악회를 시작으로 충북 음성(8월 31일), 인천 부평(9월 3일), 대구(9월 4일) 등 전국을 순회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9월 12일과 14, 15일 세 차례 음악회를 열고 10곡을 들려준다.
한국계 독일 바이올리니스트인 클라라 주미 강은 2009년 하노버 국제 콩쿠르 2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이듬해에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에서 1위와 함께 특별상 5개를 휩쓸며 실력을 입증했다.
김선욱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하다. 2006년 아시아인 최초로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과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완주했다. 독일 본에 있는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로 선정돼 베토벤이 남긴 소장품을 독점해서 사용할 자격도 얻었다.
이번에 두 사람이 연주할 곡은 음악사적으로 가치 있는 레퍼토리다. 베토벤이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기 전까지 바이올린은 독주 악기로 각광받지 못했다. 피아노 연주의 보 역할에 그쳤다. 베토벤은 두 악기를 대등하게 활용하며 바이올린의 위상을 높였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사이에 경쟁을 붙여 ‘바이올린 소나타’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씨줄과 날줄을 엮듯 촘촘히 화음을 뽑아내야 하는 곡”이라며 “완주하려면 두 연주자의 호흡과 성향 등이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간에 따라 무르익어가는 베토벤의 예술성도 감상할 기회다. 특정 시기에 몰아서 쓴 곡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 작곡한 소나타(1~5번)는 싱그러운 매력이 돋보인다. 청력을 잃어가던 시기에 쓴 6~8번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서정적이다.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유서를 쓰며 작곡한 9번은 이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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