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카카오뱅크가 이달 하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공모 가격이 장외시장 거래 가격의 절반에 못미치기 때문에 공모주를 받으면 '따상'(상장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결정된 뒤 상장 첫 날 상한가)’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다. 그러나 금융업계 일각에선 고평가 논란도 여전하다.
카카오뱅크가 개업 4년여 만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오는 26~27일 일반 공모 청약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겁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한 주에 9만원대로 알려진 장외거래 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최고가로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18조5000억원에 이른다. 은행만 놓고보면 사실상 시가총액 1위다. 금융 그룹을 포함한 순위로도 은행 증권 보험 카드사 등을 모두 거느린 KB금융지주(23조3000억원), 신한금융지주(20조6000원)에 이은 시가총액 3위고, '따상'에 성공하면 1위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 몇 달 전 카카오뱅크 주식의 장외 가격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된 날 모 금융지주 회장은 '말도 안된다'며 하루종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는 뜬소문도 나돌았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견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양쪽의 분석에 대해 알아본다.
아직 미약한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현황을 리딩뱅크인 국민은행과 비교하면 작은 수준이다. 대규모의 인력과 지점망을 가진 리딩뱅크와 플랫폼 기업과의 수평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같은 업계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부동산 담보대출 등 오프라인 은행의 영역이라고 여겨진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28조6163억원으로 국민은행의 총자산 447조8224억원의 15분의 1에도 못미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카카오뱅크의 1분기 순익 466억원은 국민은행의 6958억원의 15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 대출 기능이 없고, 아직 부동산 담보대출이 전면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자산 대부분이 개인 신용대출이다. 신용대출만 놓고 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규모는 15조9555억원으로 국민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규모 45조8243억원의 3분의 1 정도다.
이런 규모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는 상장 성공만 해도 사실상 시가총액 1위 은행이다. 시가총액 23조원 가량의 KB금융그룹에서 국민은행의 비중이 수익에선 51.4% 정도, 자산으로는 72%가량이란 점을 고려하면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18조원)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나금융지주(13조5000억원)의 하나은행과 우리금융지주(8조4000억원) 우리은행은 더욱 박한 평가를 받는다.
빠른 성장 속도와 확장 가능성
카카오뱅크가 높은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앱의 편리성과 친숙함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KB스타뱅킹' 앱의 사용자 1600만명을 확보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1600만명(5월말 기준)의 신규 고객을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이 4년이 채 안된다. 카카오뱅크는 3000만여명의 국민은행 고객 수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은행업을 시작한지 만 3년이 채 안되는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39억원은 작년 같은 기간의 3배에 가깝다. 순이익으로는 지난 1분기에만 작년 연간 순익 1136억원의 40%가 넘는 467억원을 기록했다.카카오뱅크가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도 높은 주가의 근거다. 카카오뱅크가 주가수익비율(PER)로 기업가치를 평가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1136억원)으로 최고공모가 기준을 계산해보면 PER는 약 163배에 달한다. 은행업 평균 PER 5배 가량에 비해선 훨씬 높다. 카카오뱅 주가가 적정하다는 측에선 "오프라인 은행업은 증시에선 사실상 사양 산업 취급을 받아 상당히 저평가된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뱅크 주가엔 다른 기술기업의 높은 주가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기업으로서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미래 수익이 많이 나는 분야를 장악해 막대한 이익을 낼 것"이란 희망이 일부 깔려있다는 뜻도 된다. 공모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측에선 "카카오뱅크의 덩치가 커지면 영역 확장에 앞서 금융당국의 규제 철퇴를 맞고 정치권의 '이익 나누기' 압박을 받는게 먼저일 것" 이라고 비꼰다.
'관치 규제' 피해 담보대출 시장 장악할까
카카오뱅크 상장가격 산정의 근거가 된 주가순자산비율(PBR) 비교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 상장주관사 KB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미국의 로켓컴퍼니, 브라질 패그세구로 등 핀테크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근거로 PBR 최대 3.7배 수준의 주가를 책정했다. 그러나 이들 핀테크 기업은 카카오뱅크에 비해 규모가 작은 회사거나 주력 사업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은 한국의 강력한 관치금융 때문에 PBR이 1도 안되는데 카카오뱅크만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권에선 인터넷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지를 관건으로 본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PBR 1 수준에도 미달하는 상황은 은행들의 현재 가치와 비교하면 저평가라는 의견이 주류다. 다만 저평가의 근거는 단순히 관치금융 때문만은 아니고, 전통은행들이 조만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본다.
인터넷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면 카카오뱅크가 증시에서 저평가받을 이유가 없고, 공모가도 비싼 게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 규모만 해도 117조원으로 카카오뱅크의 5조6479억원의 20배가 넘는다. 뿐만이 아니라 100조원이 넘는 기업대출과 사업자 대출의 상당부분이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개인·법인 부동산 임대사업자의 빌딩·상가건물 담보대출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공장·토지 담보대출 등 유형이 다양하고 규모도 크다.
카카오뱅크가 온라인 뱅크로 변신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기존 거대 은행을 이기고 시장을 차지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부 규제에 적응하는 것이 큰 변수다. 부동산 중에서도 국내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핀테크 기업이 자유롭게 소매 대출을 하는 미국과 비교조차 어렵다. 공산권 국가인 중국보다도 규제가 심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업자 부동산 대출 시장은 오프라인 업무절차가 아직은 필수고, 일정 부분 기존 은행들의 전문성도 있다고 여겨진다. 정부의 규제 개선과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인터넷 은행의 기술 개발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