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이 “해양경찰이 ‘월북 프레임’을 씌우기에 급급해 일탈을 자행했다”며 해경에 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해경이 고인의 사생활을 공개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서해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경이 부실·거짓 수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으니 관련자들의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해상의 변사 실종 사건 처리가 우선이었고 명확한 근거와 내용이 부실했음에도 망자와 유가족의 인권을 짓밟은 해경의 임명권자는 책임과 즉각적 해임 조처를 취하라”며 “국가 공무원의 예우와 유린된 인권의 회복과 향후 수사는 해경이 아닌 검찰이나 특수수사팀에서 관장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위는 지난 7일 해경이 사건 발생 당시 고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경은 당시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실종 동기의 정황으로 고인의 도박 행위와 채무 내역 등을 공개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해경이 중간수사를 발표하면서 실종 동기의 정황으로 고인의 사생활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피해자를 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표현한 행위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인의 유족들이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접수한 진정에 따른 것이다. 진정 대상은 김홍희 해양경찰청장과 윤성헌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형사과장 등이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북을 감행하면 사살한다”는 취지로 글을 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함됐다.
이씨는 이에 대해 “어제 국가위원회에서 발표한 결정문을 보고 참담하기 그지없는 심정이었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과 강력한 대통령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함께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해경이 악의적인 월북설을 정당화하기 위해 없는 일까지 지어내 고인을 명예살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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