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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칼럼] 수출규제 2년, 한·일 누가 거짓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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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2년. 반도체 관련 3품목 가운데 불화수소 대일 수입액은 6분의 1로 급감했고,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체소재 채택으로 대일 수입이 없어졌다.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대일 의존도는 50% 밑으로 떨어졌다. 탈(脫)일본에 성공했다.”(한국) “수출관리 강화 전(2019년 1~5월)과 후(2021년 1~5월) 한국의 대일 의존도는 불화수소 43.9%→13.0%, 포토레지스트 91.9%→85.2%, 폴리이미드 93.7%→93.6%로 나타났다. 탈일본은 실패했다.”(일본) “EUV 포토레지스트를 벨기에산으로 다변화했다.”(한국) “일본 기업 JSR의 벨기에 합작공장이 한국에 수출한다.”(일본) 누구 말이 맞나.

일본의 수출규제 2년을 맞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보고대회’를 열고 일본을 이겼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정부를 믿고 싶어도 그 통계가 코로나 효과를 제거한 것인지, 정책과 효과의 시차는 고려한 것인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년 동안 100대 핵심품목 대일 의존도를 31.4%에서 24.9%로 줄였다거나, 2019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가 세 배 가속화됐다는 것부터 그렇다. 소부장 대일 의존도가 16.8%에서 15.9%로 하락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부장 상장기업 매출이 2019년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거나,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소부장 기업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도 시기적 상관관계를 소부장 정책에 따른 인과관계로 둔갑시켰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정부 R&D(연구개발)가 매출 등으로 나타나는 데 6년 정도 걸리지만, 소부장 R&D는 18개월 만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대목에선 헛웃음이 나온다. 장수기술이고 암묵지가 많은 소부장은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운좋게 나온 성과가 있다면 기업이 그전부터 쌓아온 기술력의 결과로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일본도 보고 싶은 통계만 본다. 2021년 1~5월 한국의 대일 수입이 2조4000억엔(약 24조57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해 무역적자가 1조1100억엔(약 11조3682억원)에 달했다거나, 같은 기간 소재·부품 수입은 1조5000억엔(약 15조3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나 대일 수입액의 50%를 넘었다는 주장이 그렇다. 세계경제가 최악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한 상황 변화는 언급조차 없다. 작년 일본의 한국 투자가 800억엔(약 8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으로 줄었다며 일제 불매운동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렇다. 코로나로 전 세계 외국인투자가 감소했는데 한국 정부가 탈한국을 자초한 증거라는 식이다.

한·일 정부가 직시할 것은 상호 의존관계인 양국 기업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포토레지스트 생산기업 일본 도쿄오카공업은 한국에서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렸다. 중국에서 불화수소를 만들어 공급해온 다이킨공업은 한국에 가스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모른 체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이 한국 내 생산을 늘림으로써 대일 의존도가 줄어드는 부분에 침묵한다.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를 생산해 한국에 수출해온 스텔라케미파, 모리타케미칼 등의 매출 손실에 눈을 감고 있다면, 한국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의 기회비용에 입을 닫고 있다. 소부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오로지 대일 의존도를 줄인다는 이유로 더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큰 손실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수출규제를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명사설을 통해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가 “(수출규제는)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정책의 극치”라고 잘라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관료가 살아있다면 “국산화가 정답일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놔야 정상이다. 한·일 소부장 갈등에 때를 만난 양 설치는 관변학자들에게 끌려다닐 때가 아니다. 그동안 ‘불확실성의 공포’에 시달려온 기업인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2년이 지났는데도 기대와 현실,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냉정한 평가를 못하니 정부가 외교로 풀 문제와 R&D로 풀 문제를 구분조차 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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