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청소노동자 A씨가 교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노동조합 측이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7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업무와 무관한 시험 등을 보게 하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6일 학교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의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고인은 지난달 1일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학교 측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먼저 노동 강도와 관련해 "A씨는 총 196명이 거주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매일 전 층의 대형 100L 쓰레기 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날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음식 배달 증가로 노동 강도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 측은 지난달 새로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 안전관리 팀장의 업무 지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의 근무 기강을 잡겠다는 이유로 정장 등 단정한 복장을 요구하고, 업무와 무관한 쪽지 시험을 치르라고 강요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안전관리 팀장은 매주 수요일 청소 노동자들의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남성 청소노동자는 회의 시 정장을, 여성 노동자는 복장을 예쁘게 단정하게 입을 것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시한 대로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대놓고 모욕하고, 볼펜과 메모지 등을 가져오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는 인사 점수를 감점하며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치르게 했다고도 전했다. 시험에서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라", "기숙사 919동의 준공연도는?", "우리 조직이 처음 개관한 연도는?" 등의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노조는 말했다. 시험 후에는 채점 결과를 공개하며 망신을 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직장 내 갑질을 자행하는 관리자들을 묵인하고 비호하는 학교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 직장 내 갑질 자행한 관리자의 파면,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노동환경 개선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