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신차 2대 중 1대가 친환경돼야 달성
연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0%가 친환경차로 바뀌어야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시선을 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은 연간 180만대의 신차 가운데 60%인 108만대의 친환경차가 연간 판매돼야 하고, 목표 도달을 위해 2030년이면 판매되는 신차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전기차로 구성돼야 한다. 현재 기준으로 2030년까지 9년이 남았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 내연기관은 1~2세대 가량의 모델 변경만 남아 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미 2030년부터 전기차만 내놓겠다는 거대 완성차 기업이 등장한 만큼 예측에 신뢰성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보고서를 내놓은 블룸버그신에너지파이낸스는 먼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크게 세 가지 부문에서 동시 다발적인 산업육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첫 번째는 전동화 제품 도입 가속화에 따른 신차 판매 비중 확대다. 현재 글로벌 신차 시장에서 4%에 머물러 있는 전기차 비중은 2030년 60%인 5,500만대에 도달하고 2040년이면 70%에 이르게 된다. 그래야 2050 탄소 중립에 도달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해당 예측을 적용하면 한국은 2030년에 연간 판매되는 180만대의 신차 가운데 60%인 108만대가 친환경차라는 얘기다. 이 경우 보조금, 일자리, 에너지 발전원의 급격한 변화 등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는 전기차 확대에 따른 충전 네트워크 확장이다. NEF는 동일한 시나리오 하에서 2040년까지 전 세계 충전 네트워크가 3억900만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가정용 2억7,000만기, 공공 개방 2,400만기, 기업 등의 사업장에 1,200만기, 버스 및 트럭용 400만기다. 물론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면 2050년 필요한 충전기만 5억400만기로 내다봤다. 그래야 운행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실시간 공급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세 번째는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공급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는 현재 연간 269GWh 정도지만 2030년에는 2.6TWh, 2035년에는 4.5TWh로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리튬, 코발트, 니켈 및 망간과 같은 배터리 소재 가격도 올라 전기차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재의 재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재활용이 없다면 일부 소재는 2050년까지 필요한 물량이 현재 알려진 매장량을 초과하게 된다. 그러나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현재 알려진 매장량으로도 유지될 뿐 아니라 소재 공급량이 2050년까지 연간 총 수요를 충분히 떠받치는 완벽한 순환형 배터리 산업을 구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비용이다. 보고서를 내놓은 NEF는 탄소 중립에 도달하려면 친환경차의 보조금이 꾸준히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수송 부문은 보조금이 탄소감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용의 우선 순위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보조금 조달 방안이다. 전기차 확대에 무한정 보조금을 투입할 수 없어서다. 실제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 중이지만 당초 올해부터 보조금을 중단하려 했다. 지난 10년 동안 보조금만 133조원을 쏟아부으며 재정에 부담을 느꼈던 탓이다. 하지만 보조금을 중단하면 그 즉시 전기차 판매가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어 여전히 해마다 22조원 가량의 보조금을 투입하는 중이다. 그러자 미국도 중국의 전기차 판매대수 추월을 위해 무려 112조원의 구매 보조금을 책정했다. 보조금으로 시장을 키우고 관련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다.
재정 부담은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현재 연간 1조4,000억원이 넘게 투입되는 보조금이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해마다 증가할 수 있어서다. 그러자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조금의 취지와 효과는 분명하지만 탄소 배출 효과 측면에선 6,400억원이 투입되는 노후경유차 및 건설장비 배출가스 저감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보조금 없이 탄소 감축 또한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고 그렇다면 이제는 보조금을 어디서 조달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환경=비용'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탄소 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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