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둔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남성이 조현병을 앓아 사물 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문세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31)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심신상실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으로, 형법에서 정한 '벌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다만 A씨가 심신장애 상태에서 다시 범행을 저지른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돼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5시께 고양시 덕양구 소재 자택에서 갑자기 둔기로 어머니의 머리 등을 여러차례 내려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3일 전 A씨는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분노해 동료를 폭행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앞서 2012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으나 당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결과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고 이후 8년간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에 앞서 A씨는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일시적 섬망 외에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귀가했고, 범행 당일 새벽에도 이상 행동을 보여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으나 입원하지 않고 약만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A씨는 약을 먹고, 어머니가 차려 준 밥을 먹는 등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버지가 출근한 뒤 돌변해 어머니를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을 시인했으나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치료감호소 소속 의사는 A씨의 증상에 대해 '조현병'으로 진단하고, "피해 망상, 관계 망상, 환청 등의 증상을 동반하고 자해,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적대감, 분노를 내포해 장기간 입원 치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