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골프장, 용품, 의류 등 산업 전반이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에 골프인구 저변이 확대된 결과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다. ‘거품은 일부 빠지겠지만 곧 안정화될 것’이란 분석과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시장은 꺾일 것’이란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골프산업 규모 14조원대로 성장
전문가들은 국내 골프산업 역사상 ‘지금이 최고의 호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원골프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골프장, 골프용품, 골프 관련 인력 등을 총괄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조2342억원으로 추정된다. 2017년 처음 12조원대에 오른 뒤 3년간 답보 상태였다가 지난해 코로나 이후 14조원대로 껑충 뛰었다.골프장 매출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홀당 매출이 10억원을 넘긴 곳도 나왔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천 영종도 ‘스카이72’는 지난해 매출 846억6100만원을 거둬 홀당 10억45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용인시 레이크사이드, 파주시 서원밸리는 각각 홀당 9억7500만원, 9억5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용품 시장도 달아올랐다. 골프클럽 ‘핑’을 수입·유통하는 삼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1주일 단위로 예약을 받는 피팅 서비스는 오픈 10초 만에 예약이 마감된다”며 “인기 있는 드라이버는 3~4주는 대기해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골프인구 증가 수치로도 확인된다. 유원골프재단에 따르면 1년에 한 번이라도 필드에 나간 경험이 있는 사람(골프인구)은 2017년 469만 명에서 지난해 637만 명으로 3년 새 168만 명 증가했다.
골프 붐 언제까지 이어질까
골프산업을 키운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다. 국가 간 이동이 막히면서 동남아시아 등으로 향하던 해외 원정골프 수요가 국내 골프장으로 유입됐다. 해외여행이 막힌 20~30대도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탁 트인 교외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해외여행 대체재를 찾는 젊은 세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다.이 때문에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이미 골프를 체험하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하늘길이 열리면 젊은 층이 다시 해외여행을 선택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하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그린피에 이용자들이 점점 부담을 느끼는 데다 신규 골프장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도 변수다. 올해 수도권에서만 72홀의 골프장이 신규로 지어지거나 증설된다.
골프산업 진출이나 골프장 투자 등을 검토했던 기업과 투자자들도 고민이 깊다. CJ대한통운은 인천의 골프장 부지 매입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 특수를 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골프 시장에 거품이 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매물 품귀, 거래는 썰렁
골프장 인수합병(M&A) 시장도 달아올랐다. ‘사려는 사람은 500명’이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건 5건’이라는 게 M&A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인 고액 자산가부터 대기업, 사모펀드 등 ‘수도권의 18홀’짜리 매물을 사려는 수요가 회계법인마다 줄을 섰다. 골프장은 비교적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일반 오피스, 상가 건물보다 운영하기가 쉽다는 게 장점이다.6일 M&A업계에 따르면 올해 거래가 성사됐거나 완료를 앞둔 골프장은 사우스스프링스, 세인트포, 세라지오 등 10여 곳에 달한다. 1721억원에 거래가 확정된 사우스스프링스(18홀)는 홀당 가격이 100억원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골프장 매물 품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근 삼일PwC 파트너는 “유동성이 실물자산으로 몰리고 있어 당분간 골프장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재훈 삼정KPMG 상무는 “골프장은 오피스나 호텔에 비해 투자가 쉽기 때문에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조수영/민지혜/김종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