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피지수 3300 시대를 열며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던 주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 2분기 실적 시즌, 경기 재개와 장기 금리 하락까지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와 호재가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 고점을 예측하기 까다롭다고 호소하는 투자자가 많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상무(CIO)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점은 전문가도 맞힐 수 없고, 맞힌다고 장담한다면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첫 여성 주식운용본부장인 민 상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의 설계·책임 운용을 맡은 걸로도 유명하다.
애초에 “주식 투자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보고 하는 것”이라는 게 민 상무의 조언이다. 그는 “주식은 가격 변동성이 있는 자산인 만큼 가격 자체를 투자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가격만을 기준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기로 단기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자산이 10년 뒤에 늘어나 있기를 바라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종목의 가치는 어떻게 가늠할까. 민 상무는 ‘세상의 변화에 투자한다’는 운용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좌초자산에만 투자하지 않아도 성공적 투자”라고 했다. 향후 지속될 화두로는 ‘기후변화’를 꼽았다.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가치주’로 분류된다. 각국 정부가 탄소배출량 감축에 적극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민 상무는 “기후변화 시대에는 ‘좌초자산’이 많으면 PBR이 낮아도 저평가된 알짜 가치주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자동차산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봤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수소차는 피처폰과 스마트폰처럼 아예 다른 제품군이라는 것이다. 전기·수소차 교체 수요가 투자와 소비를 늘려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민 상무는 “자동차 관련주라고 모두 유망한 게 아니라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기업 간 실적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등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거나 성공적으로 따라가는 자동차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정부 정책으로 밸류에이션이 눌려 있는 건설 관련주, 쇼티지(공급 부족)로 수요가 이연돼 3분기 실적이 좋을 반도체, 미국에 비해 여전히 싼 플랫폼 기업도 유망 섹터로 꼽았다. 민 상무는 “카카오, 네이버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3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며 “글로벌 1, 2위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넷플릭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민 상무는 현 상황에서 코스피지수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급등락을 반복했던 과거와는 코스피지수 캐릭터가 바뀌었다”며 “조선, 철강 등 경기 민감 대형주가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했던 과거와 달리 플랫폼, 배터리 등이 치고 올라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예전처럼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