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저게 뭐야?” “보인다!” 서울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 앞마당에서 무더위를 피해 휴식을 즐기던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물안개를 내뿜는 분수 같은 구조물 위 허공에 해무리를 닮은 둥근 원이 떠올라서다. 손미미와 영국의 엘리엇 우즈가 결성한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김치앤칩스의 설치작품 ‘헤일로(Halo·사진)’가 만들어낸 광경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치앤칩스의 헤일로와 신작 ‘응시’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미술관이 2017년부터 매년 진행 중인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 ‘다원예술’의 일환이다.
헤일로는 물안개 분사 장치와 태양의 궤도를 따라 해바라기처럼 움직이는 99개의 로봇 거울로 구성한 작품이다. 시원한 물안개 위를 교차하는 99가닥의 빛줄기가 태양과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때때로 허공에 원을 그린다. 지난달 11일부터 설치된 이 작품은 이미 서울 도심 속 ‘SNS 명소’가 됐다. 김치앤칩스는 “햇빛과 바람 등 날씨가 허락하고 관람객이 기다려줘야만 원을 볼 수 있다”며 “허공에 수학과 천문, 기계공학 등 기술과 예측불가능한 자연의 조화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내부에서 만날 수 있는 응시도 헤일로와 마찬가지로 거울을 이용한 설치작품이다. 기계장치가 부착된 거울 두 개를 서로 마주보도록 세우고, 가운데 의자를 갖다 놨다. 관람객이 의자에 앉으면 거울 속에서 시시각각 바뀌며 무한히 반복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전시는 9월 2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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