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삼성생명의 행보가 화제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지난 5월 글로벌 부동산 그룹 세빌스 산하 자산운용사(사진)인 세빌스IM 지분 25%를 약 1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부동산에 이어 사모기업투자(PE), 인프라 등 다른 대체투자 분야 운용사(GP) 지분 인수도 추진 중이다. 1990년대 국내 기관투자가의 선두에 서 해외투자에 나서며 금융계의 ‘인재 사관학교’로 불렸던 삼성생명의 ‘귀환’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생명의 세빌스IM 투자는 올해 초 국민연금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전문 PEF운용사 BC파트너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은 대형 출자자(LP)의 운용사 투자 사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글로벌 운용사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각각 국내 최대 연기금과 보험사인 국민연금과 삼성생명이 이 같은 투자에 나선 배경엔 점점 더 어려워지는 딜 소싱(투자건 발굴)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딜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에 하듯이 위탁 운용사를 선정하고, 이들의 펀드에 출자만 하는 방식만으로는 우량한 투자건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아예 운용사 자체에 투자해 ‘피’를 섞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전 세계 사모펀드(PEF)가 갖고 있는 드라이 파우더(미집행 투자금)은 2조7000억달러(약 2900조원)에 달했다.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 여타 대체자산을 포함하면 이 규모는 배 이상으로 커진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다보니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LP는 갑, GP는 을’이라는 시장의 전통적인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국민연금과 삼성생명은 지분 투자와 함께 해당 운용사의 펀드에 거액의 자금을 별도로 위탁했다. 한 국내 연기금 CIO는 “포트폴리오를 눈높이에 맞게 채우려면 GP가 최고의 투자건을 제시할 수 있는 LP군에 들어야 하고, 운용사 투자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운용사를 인수해 투자건을 선별하는 것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글로벌 연기금 업계에선 이미 활성화된 방식이다. CPPIB는 북미 대출투자 전문 운용사인 안타레스캐피털(GE캐피털)을 2015년 120억달러(약 13조원)에 인수해 당시 투자 업계에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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