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나비효과
미국이 국내 철강, 알루미늄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자 수출길이 막힌 아시아 철강회사들은 유럽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려 했다. EU의 입장에서도 가성비 좋은 아시아 철강회사들의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 역내 관련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상황을 우려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이프가드(safeguard)’를 실행하게 된 것이다. 세이프가드란 특정 물품의 수입이 급증해 수입국의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보거나 또는 피해를 볼 우려가 있을 때, 해당 품목의 수입을 임시적으로 제한하거나 관세 인상을 통해 수입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의 관세 부과조치가 북대서양 건너 EU의 정책에도 영향을 준 ‘나비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대국 관세부과의 경제적 효과
미국, EU 모두 기본적으로 무역을 규제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어떨까? 경제학에서 관세의 효과를 분석할 때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제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소국과 국제가격에 영향을 주는 대국으로 나눈다. 이때 미국의 관세부과는 국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국’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그림을 통해 대국의 관세부과 효과를 보자.대국이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량은 줄어들고 국제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반면, 국내 철강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국내 철강 가격이 상승하여 국내 생산자는 생산을 늘리게 된다. 반면, 국내 소비자는 소비량을 줄이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 잉여는 -(A+B+C+D)만큼 하락하고, 생산자 잉여는 A만큼 상승하게 된다. 관세를 부과하면 정부는 관세 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C+E로 표현할 수 있다. 소비자 잉여, 생산자 잉여, 관세 수입을 모두 더한 총잉여는 E-(B+D)만 남게 된다. B+D는 관세부과에 따른 소비자 잉여 손실이다. 반면, 관세 수입 E의 크기에 따라 대국의 관세부과로 인한 총잉여는 양(+)을 기록할 수도 있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소비자 잉여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관세 수입으로 그 이상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의 부작용
하지만 현실은 단편적이지 않다. 미국이 관세 부과로 이득을 얻고 외국이 피해를 보게 되면, 상대국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래서 E부분의 잉여도 외국의 보복 관세나 무역 규제로 국제 교역이 위축되면 줄어들어 -(B+D)의 손실만 남게 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29년대 대공황 이후 시행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다.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 관세법 시행 당시 목적은 미국의 산업을 보호·육성하여 일자리를 지키고 정부 수입을 늘리는 등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행하였다. 하지만 의도한 것과 달리 해외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수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였다. 이에 따라 세계 교역은 1929~1934년에 66%나 줄어들었고, 미국의 실업률은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하였다. 결국, 보호무역은 국가 간 무역 전쟁을 일으켜 국제 경제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