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29일(08: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가치 1000억원의 회사가 기업가치 1조원으로 성장하는 것보다, 1조원의 기업이 10조원으로 커지는 것이 더욱 빠릅니다. 초기 기업 투자 못지않게 ‘스케일업 투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와 만나 “초기 투자와 후속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VC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AUM) 7000억원을 굴리는 중대형 VC다.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와 L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심사역을 지낸 윤 대표가 독립해 창업했다. 2012년 설립 이후 약 200곳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피투자기업의 면면은 화려하다. 컬리, 두나무, 무신사, 카카오게임즈 등이 DSC의 손을 거쳤다. 2016년에는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DSC인베스트먼트가 최근 구사하는 전략 중 하나는 ‘세컨더리 투자’다. 기존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와 달리 이미 어느정도 검증된 기업에 투자할 때 주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사례다. DSC인베스트먼트는 두나무에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원을 베팅했다. 각각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가 들고 있던 구주를 사들였다. 첫 투자 당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두 번째 투자 때는 7조원에 달했다.
윤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모든 기업에 초기 투자를 단행할 수는 없다”며 “스케일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더라도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면 과감히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초기 투자의 중요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리스크(위험)를 짊어지고 유망 기업을 발굴해내는 게 여전히 VC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초기 투자에 손을 놓고 있으면 정작 기업이 성장한 뒤에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며 “두 방식을 병행하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앞으로 ‘1등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세상이 온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평범한 개발자 10명의 역량보다 ‘천재’ 1명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천재들이 자연스럽게 1등 기업으로 몰려 점점 스타트업 생태계가 양극화될 것으로 봤다. 그는 “과거처럼 VC들이 2~3배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세상이 아니다”라며 “1등 기업을 발굴해 의미있는 지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 기술에 대해서도 단순히 기술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가진 ‘확장성’에 주목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몰고 올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봤다. 다. 그는 “예를 들어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장소와 언어의 장벽을 해소하는 세상이 온다”며 “이렇게 기술을 통해 근무 환경부터 부동산까지 세상의 모든 요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고 투자를 단행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수 대표는
△1962년 출생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메사추세츠공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한국기술투자 벤처본부 본부장
△LB인베스트먼트 기업투자본부 본부장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2012년~)
김종우/황정환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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