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김누리 씨(29)는 최근 자신에게 딱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다. 물을 가만히 바라보며 멍 때리는 일이다. 거실에 마련한 작은 어항 앞에 앉아 하염없이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고민도 녹아내린다. 자신만의 작은 바다인 어항 속을 꾸미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멍’의 세계에 푹 빠진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어항을 바라보면 명상하는 것과 비슷하게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초보 ‘물멍족’이 키우기 알맞은 물고기는 무엇일까. 경기 수원시 아쿠아가든카페 갤러리아광교점의 이경진 점장은 입문용 어종으로 구피를 추천했다. 구피는 번식력이 좋다. 어항을 가꾸는 데 서툴러 설혹 몇 마리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금방 다시 번식해 어항을 채우는 어종이 구피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신비를 일깨우는 용도로도 훌륭한 교보재다. 다만 급격하게 개체수가 불어나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어항에 많은 공간을 할애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베타가 적합한 어종이다. 베타는 한 수조에 한 마리만 키워야 한다. 성격이 사나워 여러 마리를 한데 넣으면 금방 싸움이 난다. 작은 웅덩이에서 서식하는 베타를 위해선 큰 어항도 필요없다. 베타 한 마리가 사는 작은 어항을 책상 한쪽에 놓고 키우면 된다.
이 점장은 “외관상 마음에 드는 물고기를 고르는 게 가장 좋지만 물고기의 특성 등도 고려해 선택해야 오랫동안 탈 없이 물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어항 속에 덩그러니 물고기만 놓고 키울 수는 없는 법.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이 있듯이 물고기를 키울 때도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하다. 어항 속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여과기, 수온을 26~28도로 유지해주는 히터, 어항 속 밤낮을 만들어주는 조명 등이 대표적인 필수 장비다.
이 점장은 “어깨너비의 작은 수조와 입문자용 각종 필수 장비를 구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5만~20만원 수준”이라며 “어항을 꾸미는 데 서툴다면 전문가들이 구색을 갖춰놓은 ‘세팅 어항’을 사는 게 오히려 더 저렴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작은 어항 속 세계가 답답해질 때면 원정 물멍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쿠아가든카페는 물멍족에게 성지로 불린다. 커피를 마시면서 잘 꾸며진 어항을 구경할 수 있고,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거나 마음에 드는 물고기를 분양받을 수도 있다. 보다 광활한 물세계에 빠지고 싶다면 아쿠아플라넷이 제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