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30일(14:2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전통적인 자산배분 공식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장기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점에 왔습니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부이사장(CIO)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채권 기능이 약해지고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투자에 접목되면서 자산군 간 상관관계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선 '주식=위험자산, 채권=안전자산, 대체투자는 중위험중수익 자산'이라는 고전적인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 CIO는 1998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동헌펀드’를 운용했던 1세대 펀드매니저다. 2015년부터 6년째 자산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업계 최장수 CIO다. 그가 본격적으로 운용을 책임진 2016년 이후 5년 간 행정공제회는 연평균 수익률 6.9%를 기록하며 경영목표(5.5%)를 1.4%포인트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작년 말 기준 행정공제회의 운용자산은 약 16조 4000억원에 달한다.
장 CIO는 지금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 자산배분의 전환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장기 저금리 추세와 확장적 재정정책 여파로 올들어 주식과 채권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며 "채권이 포트폴리오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환의 '키워드'로 기술 변화를 꼽았다. 장 CIO는 "AI, 반도체 등 기반 기술의 발전이 산업 지형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메인(주류) 자산과 니치(틈새) 자산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물류센터, 연구실, 데이터센터, 통신탑 등 과거 대체투자 시장의 니치가 주류로 떠올랐는데 이 같은 변화의 동력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배분 공식을 고수해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장 CIO의 설명이다. 그는 "팬데믹 이후 채권의 대체 차원에서 사모대출(PD)을 비롯해 공모 리츠, 상장 인프라 등 채권성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운용 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역시 공제회 차원에선 채권 대체 전략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놨다. 그는 "ESG투자 전략 중 임팩트 투자는 주식·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전체의 균형 관점에서 ESG를 접근하면 포트폴리오를 견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자산의 위험·수익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포트폴리오 배분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행정공제회의 최근 행보는 장 CIO의 문제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와 합작회사(JV·조인트벤처)를 만드는 방식으로 4차례에 걸쳐 약 1조 9000억원 가량을 부동산 선순위 대출, 미국 멀티패밀리, 사모대출 등에 투자했다.
빠른 기술 변화 트렌드에 대응해 투자의 속도와 유연성이 높은 별도운영계정(SMA) 방식 투자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SMA는 운용사에 단독 출자자(LP)로 자금을 맡기고 투자 가이드라인을 부여하는 투자 방식이다. 행정공제회는 최근 유럽 중소형 오피스 중심의 SMA펀드를 증액하면서 물류센터, 메디컬 빌딩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했다.
장 CIO는 "운용사들이 제안하는 공동투자 기회를 적시에 포착하기 위한 전용 펀드도 만들고 있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차준호 기자 ju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