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효과로 내달리던 ‘리오프닝(경기 재개)’ 관련 주식들의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 시장에는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하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사진)으로부터 하반기 전망을 들어봤다. 조 전문위원은 증권업계 1세대 퀀트 전문가로 최장기 리서치센터장 기록을 갖고 있다.
조 전문위원은 “재화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존의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 시장 서비스 소비에 주목하는 건 코로나19 국면에서 내구재 소비가 전례 없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조 전문위원은 “이달부터 미국 주 정부들이 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하기 시작한다”며 “소득이 정체하거나 줄어드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서비스 소비가 늘어나면 재화 소비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가 아니라 재화를 수출하는 한국에는 성장세 둔화 신호가 될 수 있다.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세에도 이 같은 큰 흐름은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장기금리 하락에 기술주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데 국내 기술·성장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소프트웨어는 미국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하드웨어 및 반도체는 미국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향후 미국의 재화 소비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세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조 전문위원은 “영국 등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유의미하게 늘어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10월 즈음 조정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전문위원은 “경기 측면에서는 재화 소비 증가율 감소, 유동성 측면에서는 테이퍼링(조기 긴축)이 두드러지는 10월 정도에 경기선행지수가 꺾일 수 있다”며 “선진국의 재화 소비가 둔화되면 미국 증시와 신흥국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을 감안하면 10월 전에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게 낫다”며 “하지만 장기투자자로서는 싸게 우량주를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현대차는 3분기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 전문위원은 “병목현상으로 수요가 이연된 상태에서 정보기술(IT)업계 전통적 성수기를 맞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하반기에는 에너지나 금융 관련주가 매수하기에 마음 편한 업종일 것”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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