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화, 경쟁력, 효율….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들이다. 경쟁 사회에서 갖춰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이는 모두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기인했다.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적자(適者)만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최적화된 강자만 살아남는 세상에서 약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굿 이너프》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진리는 아니라고 맞선다. 결점을 지닌 평범한 종도 무탈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밀로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가 10년 동안 진화론을 연구한 끝에 도출한 논리다. 저자는 “진화생물학에서는 ‘미천한’ 개체들도 살아남아 번식한다”며 “비효율적인 생명체라도 자연을 버틸 만큼 충분히 훌륭하다(Good enough)”고 강조한다.
저자는 반증을 위해 기린을 예로 든다.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으려고 목이 긴 기린만 살아남았다는 이론을 뒤엎는다. 기린은 보통 때에는 낮은 곳에 있는 풀을 먹는다. 초목이 풍성해지는 우기가 찾아오면 고개를 들어 이파리를 뜯어먹는다. 최적화에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또 인간 신체에 필요 이상으로 ‘과잉 진화’된 신장 개수 등을 증거로 들어 기존 이론을 반박한다. 저자는 “자연선택이란 과학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유추의 방식이 잘못됐다. 경쟁을 부추기고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용도로 자연선택을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내세운 ‘경쟁에 기반한 시장경제’와 “수전노 같은 회계사는 자연스러운 존재”라는 리처드 도킨스의 발언을 비판한다. 그는 “‘공짜 점심’은 존재한다. 우리 사회는 무자비하게 경쟁적이지 않고, 자연도 마찬가지”라며 “생존에는 능력보다는 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관점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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