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훈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가 28일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가 지난 25일 대규모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한 지 사흘 만이다. 같은 날 이준식 부천지청장과 양인철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도 사의를 밝혀 법조계 안팎에선 "역대 최대 규모의 중간간부 인사 이후 '탈(脫) 검찰 러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나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갈 때가 된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나 차장검사는 "훌륭한 선·후배님들, 수사관님들, 실무관님들 도움으로 22년 4개월 동안 검사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검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여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리라 확신한다"며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나 차장검사는 지난 2월 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후 4개월 만에 사표를 내게 됐다.
이날 이 부천지청장도 이프로스에 "이제 시간이 돼 사직하고자 한다"고 썼다. 그는 "그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대과 없이 공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며 "선후배 검사님들, 수사관님들, 실무관님들, 공무직, 방호원, 청원경찰관님들 등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전했다.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했던 양 인권감독관 역시 검찰을 떠나기로 했다. 양 인권감독관은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검찰이 어려운 시기에 사직하려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며 "바깥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양 인권감독관은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 중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연장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맡아 수사했다. 그는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중 수사 권한이 없고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
나 차장검사와 이 지청장, 양 인권감독관 모두 이번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이 났다. 나 차장검사는 수원고검으로, 이 지청장은 서울고검으로 다음달 2일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다. 양 인권감독관은 그는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고검은 수사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고소인이 지검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한 항고사건의 수사, 고등법원 공판 관여, 관할 검찰청 감찰업무 등의 역할만 맡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고검검사급 검사 652명, 일반검사 10명 등 검사 66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정권 수사팀장 대부분이 바뀌어 "정권을 겨냥한 권력 수사를 와해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 역시 요직에서 배제됐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