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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머스그레이브도 한탄할 與 세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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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지난주 세법 개정안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상위 2%’로 완화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양도차익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조세는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국민에게 부과하는 금전이나 재물이다. 재정학 분야 석학인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다섯 가지 조세 원칙을 제시했다. 조세는 ①공평하고 ②시장경제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며 ③재정정책을 용이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하고 ④납세자가 쉽게 이해하고(명확성) ⑤징수비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번 당론 결정 과정을 보면 이 원칙은 철저히 무시됐다.
정치 공학에 기초한 결정 과정
우선 세법개정에 착수한 계기부터 정당하지 않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 10일 만인 지난 4월 17일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재·보선 참패 원인을 부동산 정책 실패로 본 것이다. ‘부자 감세’에 대한 강경파의 거부감을 감안하면 선거에 이겼어도 종부세 완화 논의를 시작했을지 의문이다.

진행 과정도 가관이다. 부동산특위는 5월 2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발표 며칠 전까지 종부세 완화 기준을 놓고 ‘상위 2%’와 ‘12억원 상향’ 안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던 중 야당인 국민의힘이 5월 24일 종부세 부과 대상을 12억원으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12억원안’을 들고나온 시점부터 이 안은 논의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고 했다. 야당 안을 따라가는 모양새는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특위안은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 조세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부수 목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과도 거리가 먼 탓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상위 2% 안은 집값이 올라도, 내려도 내야 하는 ‘갈라치기 과세’란 점에서 공평성을 상실했다. 2% 공시가격은 수시로 바뀔 수 있어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반된다. 양도세 개정안은 한 집에 오래 산 1주택자가 거꾸로 현행보다 세금을 더 낼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다. 머스그레이브도 한탄할 일이다. 민주당 의총에선 그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2%건, 12억원이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서울과 부산에서 100만 표를 잃으면 대선은 못 이긴다”는 ‘정치 공학’을 내세워 강경파를 설득했다.
'누더기'로 변질하는 세법
김 위원장은 지난주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고가 주택 2%만 과세해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거나 “상위 2% 내라면 자긍심을 가지고 종부세를 낼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로 당론 세일즈에 나섰다. 세제실장에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2% 부과는) 조세법률주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현행 양도세 1주택 비과세 기준도 시행령에 위임하는 만큼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시행령에 명기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양도세가 그러니 종부세도 문제없다는 방식도 말이 안 될뿐더러 양도세 비과세는 애당초 금액 기준이었다.

홍 부총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는 각별하다고 한다. 여당의 무리한 요구에 맞서 내심 기대하는 최소한의 방어선을 잘 지켜줘서다. 홍 부총리 교체설도 쑥 들어갔다. 이제는 민주당도 그를 좋아할 것 같다. 그러면서 세법은 ‘누더기’로 변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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