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배달업체 요기요의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세계와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 인수 후보자의 반응이 예상보다 미지근해 본입찰 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최대주주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이날 예정됐던 본입찰 일정을 다시 연장키로 했다. 당초 지난 17일에서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두 번째 연기한 것이다. 조(兆)단위 매각 딜이 두 차례나 본입찰을 연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매각 측은 일정을 못 박지 않고 관심 있는 후보자의 경우 언제든 제안서를 받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후보가 별로 없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앞서 매각 측은 적격인수후보로 신세계(SSG닷컴)와 PEF인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을 선정했다. 매각 주관사는 모건스탠리다.
본입찰 일정이 계속 연기되는 것은 요기요가 경쟁사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데 반해 ‘몸값’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DH 측은 요기요의 몸값을 최대 2조원으로 잡고 있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1조원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어 양측 간 괴리가 큰 상황이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점유율 기준으로 배달의민족이 66.0%로 1위이고, 요기요 17.9%, 쿠팡이츠 13.6% 순이다. 요기요는 표면적으로 2위 업체지만 쿠팡이츠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순위가 뒤집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게다가 요기요의 경우 물류시스템, 라이더 채용 등과 관련해 신규 투자 비용이 상당히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개 경쟁입찰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며 “매각 측 입장에선 매각 시한은 다가오고 적당한 인수후보자가 나타날 때까지 문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참전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흥행 열기를 식혔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한 신세계로선 조 단위 거래를 연거푸 단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매각 시한이 임박하면서 매각 불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DH의 배민 인수 조건에 요기요 매각 시한을 8월 2일로 통지했다. 앞으로 협상 시한 등을 감안하면 최소 다음달 초 정도에는 인수 후보자의 윤곽이 나와야 한다. 다만 이 기간 내에 매각할 수 없을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최대 6개월의 매각 기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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