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들에게 ‘한국이 이렇게나 선진국이 됐다’고 말씀드리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세요. 내 몸이 다치더라도 한국을 도왔다는 걸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분들이 하루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은혜를 갚아야죠.”
신광철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후원회 사무국장(67·사진)은 1996년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후원하고 있다. 그동안 참전용사를 돕기 위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것도 100여 차례다. 4~5년 정도만 할 생각이었던 후원사업도 어느새 25주년을 맞았다. 참전용사를 후원하기 위해 커피공장까지 차렸다. 하던 일인 무역업을 접고 커피 제조·판매사업으로 바꿀 정도다. 2019년에는 한국전쟁 참전국 기념사업회의 회장직도 맡았다.
머나먼 나라의 참전용사를 위해 이렇게 헌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 국장은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해외 참전용사 중 다수가 모국에서 제대로 된 복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분들을 돕는 것이 도리를 지키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당시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던 신 국장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실태를 다룬 방송을 보면서 후원을 결심했다. 에티오피아는 1951년 한국에 6037명의 황실근위대 소속 군인을 파병했는데, 1974년 왕정이 무너지고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참전용사에 대한 지원이 모두 중단됐다. 공산 정권의 탄압 때문에 500명 이상 참전용사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신 국장은 자신이 활동하던 로터리클럽 회원, 월드비전 등과 함께 후원회를 결성했다. 회장은 배우 손숙 씨가 맡았다.
후원 사업이 ‘생업’이 된 것은 뜻밖의 사건이 계기였다. 2000년 당시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잠시 일본으로 철수하면서 에티오피아와 인연이 깊었던 신 국장에게 한국 내 자국민의 지원을 부탁한 것. 대신 에티오피아 정부가 에티오피아산 커피 생두를 저렴하게 공급해주기로 하면서 그의 커피 사업이 시작됐다.
신 국장은 “전체 매출의 5%가량을 후원 사업에 사용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부 품목은 매출의 50%를 내고 있다”며 “커피 사업으로 연간 1억원 이상을 후원해왔다”고 밝혔다.
그가 후원을 맡은 25년 동안 참전용사들이 모여 살던 ‘코리아빌리지’에는 자전거 공장과 가축 농장이 마련됐다. 중고 컴퓨터가 들어와 학생 수업에 사용됐고, 쓰러질 듯했던 참전용사의 집 43가구는 개보수를 거쳐 새로운 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참전용사 자녀를 위한 보육시설도 세워졌다. 신 국장은 후원회 활동을 정전 70주년을 맞는 2023년께 마무리할 계획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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