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임대차2법이 통과되고 불안하던 전세시장이 폭등하는 중입니다. 문재인정부 집권 3년 동안 서울아파트의 전세가격은 4.4% 오른데 반해 최근 1년간(2020년5월~2021년5월) 상승률은 무려 16.55%에 이릅니다. 기간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상승률은 위험한 수준입니다. 전세 실종에 보유세(종합부동산세) 강화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전세 대신 반(半)전세, 월세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유는 저금리의 영향도 있지만 세금을 보전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 때문입니다.
전세매물이 사라지면서 월세비중은 급격히 늘었습니다. 서울주택의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1~4월 확정일자 신고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비중은 40.4%입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평균 월세비중(29.8%)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전세의 월세화와 월세가격 상승의 움직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의 정책변화가 없다면 임대차시장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월세시장의 바로미터(barometer)라고 할 수 있는 초고가 월세가격 또한 많이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남아파트의 월세가격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誤算)입니다. 초고가 월세는 동심원의 형태로 핵심지역에서 주변지역, 그리고 서서히 외곽지역으로 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반포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수요로 인해 동작구, 강동구의 전세물량이 씨가 마르는 중입니다. 조금 있으면 서울의 관문지역(접경지역)의 아파트 전세도 그 영향권에 들어갈 겁니다. 물론 그 다음은 경기도겠죠.
강남아파트의 전세입자 상당수는 집이 있는 분들입니다. 학군, 직장 등 여러 이유로 다른 집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중입니다.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의 차이인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5% 내외의 가구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런 분들은 강남지역의 집값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고가 전세나 월세의 가격이 오르면 이를 본인이 소유한 집에도 적용하게 됩니다. 가격 상승분을 100% 보전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움직임은 필수적입니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30평형대에서 최고가로 월세 거래된 아파트는 송파헬리오시티로 6억3000만원 보증금에 월세는 1167만원입니다. 두번째는 성동구의 트리마제입니다. 보증금 7억원에 월세는 600만원입니다. 이런 고가의 월세에 거주하는 분들이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사실 1천만원에 가까운 월세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30평형대로 한정해서 초고가 월세 10개를 뽑아보면 작년(1~5월)의 경우 1억8100만원의 보증금에 475만원의 월세가격이 평균적이었습니다. 2021년 현재는 2억8700만원의 보증금에 577만원의 월세로 바뀌었습니다. 보증금은 1억원, 월세는 100만원 정도 높아졌습니다. 만만치 않은 상승 분입니다.
이를 전(全)평형대로 확대하면 더욱 심각합니다. 올해 최고가 월세 거래된 아파트는 갤러리아포레(90평)입니다. 보증금 3억원에 월세는 무려 2100만원입니다. 다음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60평)인데 보증금 5억에 월세는 1500만원입니다. 30평형대와 마찬가지로 초고가 월세 10개를 뽑아보면 작년의 경우는 2억7900만원의 보증금에 980만원의 월세가 평균적인데 반해 올해에는 4억6300만원의 보증금에 1297만원의 월세가격으로 상승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30평형대보다 더 큰 상승 분입니다.
초고가 월세 아파트의 거래가격을 작년과 비교하면 많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대차2법이 적용되고 실거주요건을 강화한 정부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초고가 월세 아파트의 거래가격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주변지역, 외곽으로 그 영향이 미칠 겁니다.
더 큰 걱정은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오르면서 월세부담을 견디지 못해 외곽으로 이사를 고려중인 무주택자들입니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이 계속되면 이들의 유목민 생활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집 값 상승이 강남아파트 가격에서부터 시작되듯이 월세 불안의 바로미터인 초고가 월세에 주목해야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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