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4000억원 이상의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금사) 자격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수익원으로 안착한 투자은행(IB)사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44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29일 최대주주인 다우기술과 한화투자증권, KB증권, 신영증권,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등을 상대로 RCPS 282만5466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받거나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17년 키움 프라이빗에쿼티(PE), 2018년 키움캐피탈, 2020년 키움에프앤아이 등 금융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하며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신규 사업이 기존 주력인 주식위탁매매와 동반 성장한 데 힘입어 빠르게 자본 규모가 커지고 있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2016년 말 1조1679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조7288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번 RCPS 발행이 완료되면 3조원을 넘어선다.
키움증권이 자본 확충을 마무리하면 종금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기업 대출이나 보증 등 신용공여가 가능한 종금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8곳이 종금사로 등록돼 있다.
키움증권은 종금사 자격을 얻어 IB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등 주요 분야에서 꾸준히 실적을 쌓고 있다. 그동안 중견·중소기업 위주로 틈새시장 발굴에 주력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대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잇달아 참여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항공(3조3159억원)과 HDC현대산업개발(3207억원)의 유상증자, HMM의 전환사채(2400억원) 발행, 하나금융지주의 영구채(5000억원) 발행 등을 맡았다. 이 증권사의 지난해 IB사업 영업이익은 1153억원으로 전년 대비 46.2% 증가했다. 회사의 사상 최대 실적(9689억원) 달성에 기여했다. 키움증권은 올 1분기에도 영업이익 3472억원을 내며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용공여가 가능해지면 단기자금 조달 지원 등을 통해 기업들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키움증권이 종금사 지위를 얻음으로써 IB 사업에서 더욱 보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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